[톡톡 경제]매수만 외치는 관행 바꿀 ‘작은 씨앗’ 될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8일 03시 00분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이 사비 털어 ‘2015 최고 보고서’ 선정

이건혁·경제부
이건혁·경제부
28일 서울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특별한 시상식이 열립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 등 6명이 지난해 8∼10월 6회에 걸쳐 작성한 ‘오래된 미래’가 16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이 꼽은 2015년 최고의 분석 보고서로 선정됐기 때문입니다. 이 보고서는 한국 경제가 일본 경제를 닮아 가고 있다는 현실 진단과 이를 활용해 새로운 투자 기회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제언이 담겨 있습니다.

각종 상이 넘쳐 나는 증권업계에서 이 수상 소식은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이 자발적으로 기획해 올해 처음 시상한 상이기 때문입니다. 상금과 상패도 리서치센터장들이 사비를 털어 마련합니다.

지난해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에게 고난의 시기였습니다. 국내 증시가 중국 증시 폭락과 미국 금리 인상의 악재로 연일 하락하자 투자자들은 투자 보고서를 작성한 애널리스트를 향해 거센 항의를 쏟아 냈습니다. 지난해부터 미공개 기업 정보를 이용해 부당 이득을 챙기는 ‘시장 질서 교란 행위’에 대한 처벌 강화로 애널리스트들의 외부 활동도 위축됐습니다. ‘매수 의견 일변도인 보고서 관행을 바꾸라’는 금융 당국의 지시도 있었습니다.

최고의 분석 보고서 상을 만들자는 아이디어는 이런 상황에서 나왔습니다. 지난해 12월 초 리서치센터장들은 “어려운 상황을 이겨 나가고 있는 후배들을 격려하자”며 이 상을 만들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여기에는 경제 분석과 투자 아이디어 제공에 최선을 다한 후배들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는 불만도 있었습니다. 외부 기관이 선정하는 ‘베스트 애널리스트’ 상이 설문조사에 과도하게 의존한다는 의견도 반영됐습니다. 리서치센터장들은 각 사에서 제출된 16편의 보고서를 한 달여 동안 읽고 투표해 수상작을 선정했습니다.

이 상의 이름은 ‘위대한 유산’입니다. 잘 만들어진 보고서는 유산처럼 오랜 시간 동안 투자자들의 뇌리에 남을 것이라는 기대가 담겼습니다. 이 상의 제정이 짧은 보고서, 매수 의견 일색인 보고서 작성 문화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됩니다. 시상식은 28일 여의도 증권가 모처에서 비공개로 진행된다고 합니다.

이건혁·경제부 gun@donga.com
#주식#증권#여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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