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6일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동의 이마트 점포 안에 들어선 SC은행 영업점은 오후 9시에도 문을 활짝 열고 영업 중이었다. 이곳은 일반적으로 오후 4시에 문을 닫는 은행 영업점과 달리 오후 10시까지 영업하는 SC은행의 탄력점포 ‘뱅크숍’ 중 하나다.
이날 통장을 새로 발급받기 위해 영업점을 찾은 대학생 방미연 씨(23·여)는 “일과시간에는 은행을 찾기 어려운데 이렇게 밤늦게까지 영업하는 영업점이 있으니 마트에 쇼핑하러 온 김에 은행 업무까지 처리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SC은행의 이재학 팀장은 “이곳 영업점 직원은 4명인데 이마트 고객이 붐비는 시간에 따라 근무시간을 조정해 일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오후 4시에 문을 닫는 은행이 전 세계 어디에 있느냐”며 금융 서비스의 일대 혁신을 주문했다. 그 후 외국계 은행과 지방은행을 중심으로 기존의 은행 영업시간 개념을 파괴한 탄력점포가 잇달아 문을 열고 있다. 최근 새롭게 등장한 탄력점포들은 대형마트나 백화점 내에 적은 비용으로 문을 연 ‘고객 밀착형’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 유통업체와 손잡고 ‘숍인숍’ 탄력점포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SC은행은 지난해 12월부터 고양시를 비롯해 세종시, 대구의 이마트 내에 뱅크숍 3곳을 새로 열었다. 또 지난달 9일에는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안에 뱅크숍을 열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기존에도 관공서 내에 16개의 탄력점포를 운영했던 SC은행은 올 들어 유통업체와 손잡고 ‘숍인숍’ 형태의 탄력점포를 여는 방식으로 전략을 대폭 바꿨다. 관공서 내에 들어선 탄력점포는 오후 6시까지만 영업했지만 마트나 백화점 안에 문을 연 탄력점포는 오후 10시까지 문을 연다. SC은행 관계자는 “기존 탄력점포와 달리 프라이빗뱅커(PB)를 뱅크숍에 배치해 백화점이나 마트를 찾는 ‘큰손 고객’들을 공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방은행인 대구은행도 홈플러스와 손잡고 탄력점포를 운영하기로 했다. 지난달 9일 대구 달서구 성서홈플러스 내 영업점이 토요일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주말 영업을 시작한 것이다.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말 현재 은행권의 탄력점포는 536곳으로 전체 점포(7297곳)의 약 7.3% 수준이다. 하지만 그 대부분은 지자체·법원 등을 찾는 민원인의 업무를 돕기 위해 관공서 내에 들어서거나 공단 및 외국인 근로자 밀집 지역에서 운영되는 탄력점포였다.
○ ‘스마트 브랜치’로 탄력점포 대응
다만 탄력점포를 이미 운영하고 있는 시중은행들은 탄력점포의 추가 확대에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모바일뱅킹과 핀테크가 대세로 자리를 잡고, 은행들이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는 마당에 저녁까지 영업을 해야 하는 탄력점포를 얼마나 늘릴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탄력점포 확대에 따라 은행원의 근무시간이 연장될 수 있어 이에 따른 노조의 반발도 부담이 되고 있다. 하지만 자산관리 상담 서비스, 인터넷뱅킹 비밀번호 변경, 인감 변경 등 많은 금융서비스가 여전히 오프라인 지점을 방문해야 하는 만큼 탄력점포의 필요성이 생각보다 크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다른 은행들은 모바일뱅크나 스마트 브랜치 등 첨단 무인(無人)점포를 통해 영업시간 연장에 대응하고 있다. 정맥 인식을 통해 카드와 통장 발급이 가능한 ‘디지털 키오스크’를 전국 17개 지점에서 운영 중인 신한은행은 올해 상반기에 이를 확대할 계획이다. 부산은행 역시 밤늦게까지 카드 발급과 계좌 개설이 가능한 ‘스마트 현금입출금기(ATM)’를 설치할 예정이다.
한편 전국은행연합회는 탄력점포를 인터넷에서 검색할 수 있는 서비스를 지난달 29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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