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합 직원 승진제한… 수술의사 바꿀땐 환자동의 받아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1일 03시 00분


공정위 ‘2016 업무계획’ 발표

병원이 환자의 동의 없이 집도의사를 바꿔치기할 수 없도록 공정거래위원회가 표준약관 개정을 추진한다. 또한 총수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판단 기준을 구체화하고, 해외 계열사 보유 현황 공시를 의무화하는 등 대기업집단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기로 했다. 담합에 가담한 직원에 대한 감봉 등 사내(社內) 제재 의무화도 검토 중이다.

공정위는 31일 이 같은 내용의 ‘2016년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공정위는 먼저 병원 수술동의서의 표준약관을 개정하기로 했다. 환자가 마취된 사이 수술 집도의를 바꿔치기하는 ‘유령(대리) 수술’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서다.

일부 성형외과들이 병원에 소속된 유명 의사가 직접 수술을 할 것처럼 상담을 하고 실제로는 다른 의사가 대리 수술을 집도한다는 의혹이 일면서 논란이 됐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수술에 참여하는 의사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집도의를 변경할 경우 환자나 환자 보호자의 동의를 받도록 병원 수술동의서 표준약관을 고치기로 했다.

건설사들의 입찰 담합, 식품업체들의 가격 담합이 끊이지 않는 것과 관련해 공정위는 기업들이 담합 가담자에 대한 승진 제한이나 감봉 등을 담은 사내 제재 규정을 만들도록 해 담함 재발을 막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담합으로 적발된 기업에 시정명령을 내릴 때 ‘재발 방지를 위해 담합 가담자를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을 만들라’고 별도의 명령을 부과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공정위가 민간 기업의 인사에 관여할 법적인 근거가 있는지 논란의 소지가 있어 공정위는 면밀한 법률 검토 작업을 벌이기로 했다.

경제민주화와 관련된 내용도 다수 포함됐다. 대기업집단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위법성 판단 기준을 1분기(1∼3월) 내에 구체화하고, 규제 대상 기업의 내부거래 실태를 상시 점검하기로 했다.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해 조사를 받은 기업에 대한 제재 결과도 이르면 1분기 내에 발표된다. 공정위는 관련 규제가 시행된 지난해 2월 이후 한진, 현대, 하이트진로, 한화, CJ 등 5개 대기업집단을 조사했다.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은 “가장 최근 조사에 들어간 CJ그룹을 제외한 4곳에 대해서는 법리적 검토 단계에 있다”며 “1분기에 심사보고서가 나오며 곧 사건 처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또 대기업집단에 해외 계열사 현황 공시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지난해 롯데그룹 ‘형제의 난’을 계기로 광윤사, L투자회사 등 일본 계열사를 통한 국내 계열사 소유지배 현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소유지분 공시 및 정보공개 대상이 국내 계열사로 한정돼 있어 복잡한 소유구조에 대한 감시가 어려웠다. 1일 롯데그룹의 일본 계열사 주주 현황과 출자구조 등이 담긴 지배구조 분석 결과를 발표한다.

한편 공정위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신규순환출자 위반에 대해 조만간 전원위원회를 열고 제재를 결정할 방침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7월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 합병으로 현대차그룹 순환출자고리 4개 중 2개가 강화됐다며 늘어난 지분 881만 주를 올해 1월 1일까지 처분하라고 지난해 말 통보했다. 현대차는 시일이 촉박하다며 유예기간 연장을 요청했지만 공정위는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로 해소 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세종=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공정거래위원회#업무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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