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이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기업활력제고특별법(일명 원샷법)을 통과시키기로 한 여야 합의를 또다시 파기하자 재계에서는 “정쟁을 위해 경제를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일부 정치인들이 만든 ‘원샷법=대기업(삼성)을 도와주는 법’이라는 프레임에 대해서는 “법 내용조차 제대로 살펴보지 않은 반대를 위한 반대”라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재계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원샷법은 삼성을 포함한 대기업들이 오너 일가의 지배력을 높이는 데 악용할 수 없도록 여러 장치를 만들어 놓고 있다.
우선 석유화학, 조선, 철강 등 공급 과잉 업종에서만 원샷법을 활용할 수 있도록 제한을 뒀다. 재계에서는 당초 “모든 업종에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입법 과정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치 논쟁에 휩싸여 법이 표류하기보다는 사업구조 재편이 시급한 업종들만이라도 먼저 혜택을 줘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지난달 28일 삼성전자가 가진 삼성카드 지분을 모두 사들여 최대주주(71.9%)가 된 삼성생명이 만약 삼성카드 흡수합병에 나서더라도 원샷법을 적용받을 수 없는 것이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합병을 재추진할 때는 심의 결과에 따라 원샷법을 적용할 수도 있지만 이는 경영 승계나 지배구조 재편과는 거리가 멀다.
원샷법은 또 민관합동 심의위원회를 신설해 심의 절차의 투명성을 높이고, 대기업이 경영권 승계나 일감 몰아주기 등에 악용할 가능성을 차단하는 사전 및 사후 조치의 근거를 마련해 놓고 있다. 대기업 친화적 정책에 비판적 목소리를 내온 학자들마저도 원샷법이 경영 승계 등에 악용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는 배경이다.
재계 관계자는 “지금 국회에 계류 중인 원샷법은 일본이 시행 중인 산업경쟁력강화법 등에 비해서 훨씬 적용 범위도 좁고 심의 절차도 까다롭다”며 “발생 가능성이 전혀 없는 일을 전제로 법 자체를 통과시키지 않겠다거나 누더기로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중소, 중견기업들도 원샷법 국회 통과를 호소하고 있다. 한국기계산업진흥회, 한국석유화학협회 등 24개 산업단체는 지난달 6일 국회에서 원샷법을 포함한 각종 경제활성화법 입법을 촉구하는 공동건의문을 발표하며 “원샷법이 대기업 특혜법이라는 생각은 오해”라고 주장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원샷법이 경제활성화를 위한 만능열쇠는 아니지만 업종별 사업 재편 작업에 불을 붙이는 일종의 ‘트리거(기폭제)’ 역할을 해줄 수 있다”며 “대기업 특혜라는 관점에 갇힌 정치권의 무조건적인 반대는 결국 국내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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