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공장 완공했는데…중국, 한국기업에 뒤통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일 09시 22분


중국이 LG화학과 삼성SDI가 중국 현지 공장에서 생산해 판매하는 전기자동차용 리튬이온 배터리(삼원계 배터리)를 단 버스에 대해 보조금 지급을 중단해 한국 정부가 항의하고 나섰다. 1일 주중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달 14일 발표한 ‘신에너지 자동차 보급 추천 차량 목록’에서 삼원계 배터리 버스를 삭제했다. 지난해 10월 장쑤(江蘇) 성 난징(南京)과 산시(陝西) 시안(西安)에 각각 삼원계 배터리 공장을 완공한 LG화학과 삼성SDI는 3개월여 만에 판매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 두 업체의 투자 규모는 3억 달러(약 3607억 원)에 이른다.

중국 공업신식화부는 중국자동차공업협회 등의 건의를 받아들여 삼원계 배터리의 안전을 문제 삼았다. 발화점이 낮아 불이 잘 붙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LG와 삼성의 삼원계 배터리는 모두 중국자동차기술연구센터(CATARC)의 안전 인증을 통과했다. LG화학 파나소닉 삼성SDI 등 세계 1~3위 배터리 업체를 포함해 세계 배터리의 80%를 삼원계가 차지한다. 이는 BYD 등 중국 회사만이 생산하는 LFP 방식보다 선진 기술이 적용된 배터리다.

한국대사관 당국자는 “중국이 자국 업체 보호를 위해 내린 조치로 보이며 내용도 불합리하고 업계 의견도 듣지 않는 등 절차에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세제 혜택을 주며 한국 기업의 투자를 유치한 뒤 자국 경쟁 업체를 보호하기 위해 판로를 막아 버린 것이다. 업계에서는 납품 계획에 일정 부분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하며 이는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의 무역기술장벽(TBT) 신설 금지에 해당한다고 지적한다. 삼성SDI 관계자는 “중국이 승용차에도 LFP 방식의 배터리 탑재 모델에만 보조금을 주겠다고 결정할 경우 적잖은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365억 위안(약 6조6450억 원)에 이르는 중국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전기버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이른다. 2억~3억 원 하는 전기버스 한 대에 보조금은 100만 위안(약 1억8000만 원)이어서 정부 보조금이 없으면 삼원계 배터리를 장착한 버스 회사가 사라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김장수 주중 대사 등은 공업신식화부와 상무부 부장 등에게 서한을 보내 “외국 투자 업체의 애로가 원만히 해결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다.
베이징=구자룡특파원 bonhong@donga.com
#중국#lg화학#삼성sdi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