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조원 시장 잡아라”… 만능통장 사전예약 경쟁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3일 03시 00분


금융권, 3월 출시 앞두고 잰걸음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사전 예약 받습니다.”

여러 금융상품을 한 바구니에 담아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는 ‘만능통장’ ISA가 다음 달 일제히 금융권에서 출시된다. 시중은행들은 벌써부터 ISA 가입을 위한 사전 예약을 받거나 ‘ISA 연계 예금’을 내놓는 등 고객 잡기 경쟁에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각 금융사가 판매하는 ISA의 종류와 수수료 수준 등을 꼼꼼히 비교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회사별로 ISA 수수료를 상세히 공개하도록 해 소비자의 선택을 돕겠다”고 2일 밝혔다.

○ 신탁형, 일임형 2가지 중 선택 가능

ISA는 가입자가 예·적금, 펀드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선택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통합 관리할 수 있는 계좌다. 가장 큰 특징은 두둑한 세제혜택이다. 연봉 5000만 원 이상 근로자와 종합소득 3500만 원 이상 사업자의 경우 의무 가입기간인 5년을 채우면 ISA 계좌에서 발생한 순수익 200만 원까지는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ISA는 가입자가 직접 포트폴리오를 결정하는 ‘신탁형’과 금융회사가 알아서 편입 상품과 비중을 정하는 ‘일임형’ 등 두 가지로 나뉜다. 신탁형은 은행과 증권사에서 모두 가입할 수 있지만 일임형은 증권사에서만 들 수 있다.

당국은 은행에서 판매되는 신탁형 ISA의 경우 판매사의 예금상품을 편입할 수 없도록 할 예정이다. 가령 A은행에서 ISA에 가입을 하면 A은행이 아닌 B은행이나 C은행의 예·적금만 포트폴리오에 넣을 수 있게 한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신탁재산과 예금 등 고유재산은 따로 관리돼야 한다”며 “과거 퇴직연금에 자사 예금 투자를 허용했더니 금융회사들이 자기 회사 예금 위주로만 운용하는 문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은행들은 “소비자가 계좌를 튼 은행 예금을 편입하지 못하게 막는 것은 고객의 선택권을 제약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 수수료, 금융회사별로 꼼꼼한 비교 필요

금융회사에 지불해야 할 수수료도 소비자들이 꼼꼼하게 따져야 할 부분이다. 신탁형 ISA는 고객이 신탁 계약을 통해 금융회사에 자금을 맡기는 구조이기 때문에 금융회사들은 ISA 가입자에게 신탁 보수를 받을 수 있다.

다만 고객 선점을 위한 ‘수수료 인하 경쟁’ 때문에 실제 가입자의 수수료 부담은 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일부 은행은 ISA에 편입되는 펀드, ELS 등 각각의 금융상품에 대한 판매 수수료는 받되 ISA 계좌 전체에 대한 신탁보수는 받지 않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신한은행은 거꾸로 계좌에 편입된 상품에 대한 판매수수료는 부과하지 않고 ISA 신탁보수만 받을 예정이다. 편입자산 배분에 따라 신탁보수도 차등화한다. 일임형 ISA는 증권사가 알아서 자산을 굴려주기 때문에 편리하지만 신탁형보다 수수료는 다소 비싸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 관계자는 “수수료는 자율에 맡기되 이를 투명하게 공시해 금융회사 간 수수료 경쟁을 부추길 방침”이라고 밝혔다.

서보익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첫해에만 ISA 시장 규모가 11조7000억 원에 이를 것”이라며 “자사 예금 편입이 제한돼 증권사들이 유리한 고지를 점한 가운데 선제적으로 시장을 선점하려는 각 금융회사의 마케팅 전략이 펼쳐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만능통장#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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