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특수’를 겨냥한 경제외교의 본격적인 막이 올랐다. 상반기(1∼6월) 내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방문이 추진되는 가운데 이달 말 민관합동 경제사절단이 이란을 찾는다.
정부는 지난달 28일 이란 쿠바 등 경제 제재에서 벗어난 국가들과의 협력 확대를 핵심으로 하는 ‘2016년 대외경제정책 추진방향’을 발표했다. 특히 기업들의 이란 진출 지원계획을 선제적으로 마련해 최근 수출 부진의 돌파구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수석대표로 하는 대규모 경제사절단이 27일부터 내달 2일까지 이란 테헤란을 방문한다. ‘한-이란 경제공동위원회’를 비롯해 한국무역협회 주관의 비즈니스포럼, 개별 상담회, 산업시찰 등 다양한 행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또 올 6월에는 ‘한-이란 무역·투자 콘퍼런스’를 개최한다.
정부가 이번 한-이란 경제공동위원회에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양국이 협력을 원하는 사업 분야를 모두 논의 테이블에 올려놓고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눈다는 구상이다. 한국은 이란의 유전지대 개발사업과 플랜트 프로젝트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란은 한국의 우수한 정보통신기술(ICT)과 문화 분야에서 협력을 원하고 있다.
김상태 산업부 중동아프리카통상과장은 “그간 이란과의 교역이 주춤했는데 이를 다시 복원하는 데 주력하겠다”며 “양국의 협력에 대한 기본계획은 물론 구체적인 액션플랜(행동계획)까지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산업부를 중심으로 국토교통부와 해양수산부 인사들은 기업들의 니즈를 파악해 이란 현지에서 비즈니스의 장을 열어줄 계획이다. 이번 경제사절단에 포함된 기업 수는 80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포스코, 대림산업 등 전통적으로 이란과 관계를 맺고 있는 대기업은 물론 중소·중견기업들도 다수 포함됐다. 비즈니스포럼에서 수출계약 체결 등 가시적인 성과가 일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 관계자는 “설령 당장 성과가 나지 않더라도 이란 측 인사들과 네트워킹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우리은행은 정부 부처와 합동으로 지난달 25일 서울 중구 소공로 본점 1층에 ‘이란 교역·투자 지원센터’를 열었다. 이곳에서는 이란과의 거래 시 가능한 결제 시스템 등 이란과의 교역 시 유의사항 등을 안내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란 진출을 염두에 둔 기업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교역 가능 물품 등 금융거래 이외의 내용도 원스톱으로 상담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기업은행 역시 본점에 ‘이란 수출입 상담지원 창구’를 설치했다. 또 이란 교역을 원하는 기업 고객들을 위해 16일 ‘대이란 교역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국내 은행들은 이란 현지에 지점을 내는 방안에 대해서도 내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우리은행 등 일부 금융사들은 이란에 정보를 소집할 ‘지역전문가’를 선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이 이란 현지 지점 개설을 두고 자체적으로 내부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이란계 은행들의 국내 진출 작업도 본격화되고 있다. 최근 이란계 은행인 페르시아은행 측은 주한 이란대사관을 통해 금융감독원에 서울 지점 설립과 관련한 절차 등을 문의했다. 페르시아은행은 이란의 주요 은행인 멜라트은행과 테자라트은행이 공동 출자해 영국 런던에 설립한 무역거래 전문 은행이다. 한국에 처음으로 진출한 멜라트은행도 서울 지점 영업 재개를 서두르고 있다. 최근 제재 조치가 해제되면서 전산시스템을 복구하는 등 영업 정상화를 위해 힘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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