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은 지난해 7월 이란 핵협상 타결 이후 이란 시장 재진출을 위해 가장 먼저 움직인 국내 건설사 중 하나다. 3일 대우건설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해 9월 관련 사업본부 실무진으로 이뤄진 통합시장조사단을 꾸렸다. 현장 조사를 통해 이란 시장의 잠재력을 확인한 대우건설은 지난해 10월 이란 수도 테헤란에 지사를 세우고 본격적인 시장 개척에 들어갔다.
이 같은 발 빠른 행보는 1980년대부터 쌓인 현장 경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대우건설이 이란 시장에 첫발을 내디딘 것은 1984년 호르무즈간 주의 항구도시 반다르아바스에서였다.
1980년 시작된 이란-이라크 전쟁으로 당시 이란 최대의 무역항이던 호람샤 항구가 막히자 이란의 물류 중심이 반다르아바스로 옮겨갔다.
대우건설은 1984년 5월 반다르아바스와 바프를 잇는 철도의 제6공구 공사를 1억400만 달러(약 1248억 원)에 따내 이란 발주처에 이름을 알렸다. 이 공사에서 보여준 뛰어난 시공능력으로 이듬해와 1986년 각각 이와즈 발전소(3100만 달러·약 372억 원), 반다르아바스-바프 철도 4-B공구(1억7000만 달러·약 2040억 원) 사업을 수주했다. 1991년에는 이 철도 공사의 ‘난코스’로 꼽히던 산악구간 4-A공구 공사를 수의계약으로 따냈다. 같은 해 계약한 이란령 페르시아만의 하르그섬 송유기지는 대우건설 사상 첫 번째 해상 플랜트 공사였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경제제재로 2008년 이란지사가 폐쇄될 때까지 6개 공사에서 총 5억7000만 달러(약 6840억 원) 규모의 사업을 수주했다”며 “앞으로의 사업을 따내는 데 있어서도 이 때의 경험이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대우건설이 주목하는 이란 사업 부문은 석유, 가스 플랜트의 개보수 사업이다. 제재 기간 동안 이란의 해외 자산이 동결되면서 각종 플랜트의 정비가 제때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우건설은 이 분야에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형태의 공사 발주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국내외 금융기관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은 물론 경쟁력 있는 현지 업체와의 협업을 모색할 예정이다.
현재 글로벌 건설기업, 개발회사 등과 함께 앞으로 나올 플랜트, 토목, 발전사업 물량을 파악하는 중이다. 몇몇 사업에 대한 입찰 준비 작업도 이미 시작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달러 결제가 금지된 상황이어서 이란 진출의 걸림돌이 모두 해소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제도 변화와 사업별 수익성을 면밀히 확인해 성공적인 사업 모델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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