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산업은 1962년 한국이 이란과 수교한 이래 이란에서 총 27건, 44억7000만 달러(약 5조3640억 원) 규모의 공사를 수행했다. 공사 건수로 한국 건설사 중 가장 많다. 이 회사가 1975년 5월 따낸 이스파한 군용시설 공사는 한국 해외 건설업계가 이란에서 올린 첫 번째 수주 실적이기도 하다.
특히 1984년 4월부터 시작한 캉간 가스정제 공장 공사는 대림산업이 현지 발주처의 신뢰를 쌓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 공사는 해발 734m 고원에 하루 3400만 m³ 천연가스를 정제하는 공장을 짓는 사업이었다. 당시 대림산업은 공사 도중 이라크 공군기의 폭격을 받는 극한 상황에서도 공사를 마쳤다.
이때 얻은 명성을 바탕으로 1994년 소양강댐 10배 크기인 이란 카룬댐 건설공사를 수주했다. 이 공사는 길이가 500m, 높이가 177m에 이르는 초대형 댐을 짓는 사업이었다. 당시 이란에서 수행된 토목공사 중 최대 규모였다.
세계 최대의 가스 플랜트 공사인 사우스파 프로젝트 역시 대림산업의 이란 진출 성과 중 빼놓을 수 없는 사업이다. 이란 정부가 1998년부터 추진한 이 프로젝트에서 대림산업은 유정에서 끌어올린 원유를 기름과 가스로 분리·처리하는 시설을 맡았다. 전체 25단계 사업 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공정이었다는 게 대림산업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란 시장이 회사의 성장에 중요한 밑거름이 되었던 만큼 대림산업은 경제 제재 기간에도 이란 사무소를 철수시키지 않고 현지 발주처와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 왔다. 지금도 5명의 직원이 시장 상황을 조사하고 있다.
대림산업이 이란에서 특히 주목하는 분야는 토목·건축이다. 제재 기간 도로·철도·항만·댐 등의 사회기반시설(SOC) 투자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현재 대림산업은 본사 해외영업팀과 현지 지사를 통해 이들 분야에서의 수주 전략을 짜고 있다.
이란이 원유 매장량 기준 세계 4위의 석유 대국인 만큼 정유, 가스, 석유화학 플랜트 개·보수 공사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건설사업 외에도 석유화학사업을 하고 있는 대림산업은 두 부문의 시너지 효과를 내세워 플랜트 공사에도 적극 참여할 계획이다. 건설사업부가 플랜트의 시공을 맡고 유화사업부 기술진이 시운전을 맡는 방식이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중동 시장에서는 발주처와의 원만한 관계와 신뢰가 중요하다”며 “1970년대부터 시공 기술을 인정받은 대림산업은 도급공사는 물론 다양한 민간 투자 방식의 개발사업에도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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