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a&]글로벌 미디어빅뱅 시대 당면 과제인 디지털 전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3일 14시 21분


통신 방송 융합, M&A 통한 투자 활성화가 해답




□ 케이블 디지털 전환율 한국 50%, 미국 90%, 일본 100%

국내 케이블방송의 디지털 전환율은 평균 50% 수준이다.
케이블 가입자의 절반 이상이 고화질 경쟁시대에 아날로그 방송을 시청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개별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들의 디지털 전환율은 35%대에 불과하다. CJ헬로비전과 C&M 등 대형 케이블업체의 디지털 전환율도 60%대에 머물고 있다.
국내 케이블방송의 지지부진한 디지털 전환율은 케이블업계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케이블 시장에서 디지털 전환율은 매출액과 영업이익 등 수익과 직결된다. CJ헬로비전의 1인당 평균 매출(ARPU)은 디지털 가입자 1만1150원, 아날로그 가입자 3716원으로 디지털 가입자가 3배가량 많다. 아날로그는 단방향인 반면 디지털은 양방향이어서 다양한 서비스와 고화질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다.
최근 주문형 비디오(VOD) 콘텐츠 소비가 늘어나면서 VOD가 미디어업계 매출 성장의 일등공신 역할을 하고 있다. 케이블업계는 2005년 국내 최초로 VOD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러나 케이블TV 가입자의 절반은 VOD를 이용할 수 없다. 가입자 절반이 아날로그 케이블TV 시청자이기 때문이다.
케이블TV 업계는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시장의 주도권을 인터넷TV(IPTV)와 위성방송에 빼앗기고 저가 경쟁 심화, 투자 위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방송시장 경쟁상황 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IPTV 가입자는 871만 명에서 1085만 명으로 214만 명(24.6%) 늘었다. 반면 케이블TV 가입자는 13만 명 줄었다. 방송수신료 총액에서도 케이블TV는 1조645억 원(VOD 수신료 포함)으로 IPTV(1조2148억 원)에 처음으로 뒤졌다.
미국과 일본은 우리나라와 달리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은 인수합병(M&A)을 통해 정체된 케이블시장의 돌파구를 마련했다. 1995년 31개였던 케이블업체는 3개로 재편됐다. 미국 유료방송업계는 이후 규모의 경제 확보, 경영 효율화를 통해 방송의 디지털 전환율을 90%로 높였다. 일본 케이블TV 업계는 2015년 아날로그 방송을 종료하고 100% 디지털 전환을 선언했다.
□ SK텔레콤, 케이블 디지털 전환, 콘텐츠 산업에 5년간 5조 투자 계획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 합병 후 5년간 약 5조 원을 △디지털 전환, 초고화질(UHD) 확대 등 케이블망 고도화 △쌍방향 지능형 네트워크 구현 △콘텐츠 산업 및 스타트업 지원 등 미래형 인프라 고도화와 미디어 생태계 육성에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SK텔레콤은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60% 수준인 CJ헬로비전의 디지털 전환율을 90%까지 올릴 방침이다. 또 콘텐츠 생태계 발전을 위해 투자를 합병 이전보다 대폭 늘리고 콘텐츠 펀드 조성, 지역채널 제작, 신규 제작 투자, 특화 콘텐츠 활성화 등에 나설 예정이다.

□ SKT-CJ헬로비전 합병,‘문화융성’ 효과 기대

넷플릭스, 유튜브 등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의 공습이 본격화하면서 국내 안방까지 잠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내 콘텐츠산업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중국이 막대한 자본력으로 우리의 핵심 문화 경쟁력인 한류 콘텐츠를 잠식하고 있다. 텐센트는 한국에 1조 원을 투자했고 주나인터내셔널은 초록뱀미디어를 인수했다. 알리바바의 자회사 타오바오는 ROA미디어를 설립했다. 중국 자본은 △한국 제작사 지분 매입 △한중 합작 콘텐츠 생산 △전문인력과 자체 제작 노하우 확보 수순을 밟으며 한류의 중심에 접근하고 있다.
통신·방송기업 간 M&A는 세계적인 트렌드다. 통신·방송 미디어 영역은 매체 및 산업 간 경계가 무너지면서 국내 경쟁과 글로벌 경쟁의 이분화가 불가능해졌다. 그야말로 미디어 빅뱅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용자의 행태가 온라인, 모바일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국내 콘텐츠 및 플랫폼의 경쟁력을 강화하지 않으면 부지불식간에 미디어산업 전체가 잠식당할 우려가 있다.
SK텔레콤의 집중 투자는 침체된 케이블업계를 활성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CJ헬로비전의 디지털 가입자 확대는 케이블업계의 투자 경쟁을 불러 저품질(SD) 방송 콘텐츠가 고품질(HD) 콘텐츠로 전환되고, 플랫폼마다 따로 제공하는 채널 및 VOD 콘텐츠를 교차, 확대 제공해 콘텐츠의 다양성이 확보될 전망이다. 또 디지털 플랫폼의 기반 확대에 따라 다양한 양방향 서비스 출시가 예상된다. 이는 고객에게 다양한 서비스 이용 경험을 제공하고, 콘텐츠 사업자에게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채널 및 VOD 콘텐츠 제작, 유통 시장이 넓어지면서 플랫폼과 콘텐츠 사업자 간 상생 여건이 형성돼 미디어업계에 선순환 생태계가 조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 선제적 M&A, 경제 활성화의 동력될 것

박근혜 대통령은 1월 18일 올해 업무계획을 보고받는 자리에서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은 우리의 경제 재도약을 이끄는 성장 엔진이자 두 날개”라고 강조했다.지난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은 2.6%로 2012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정부는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을 제정해 경제 활성화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은 리딩 기업들이 시장에서 선제적으로 하는 사업 재편이라는 점에서 정부의 원샷법 정책에 부합된다고 볼 수 있다.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지난해 12월 열린 한국미디어 경영학회 심포지엄에서 “케이블TV 사업자가 생존 및 성장할 수 있는 길은 디지털 전환을 조기에 완료하고 규모·범위의 경제를 달성하는 것으로 결국 투자를 통한 변화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그는 “유료방송산업을 위한 국내자본 투자가 부족하면 해외자본이나 약탈적 재무투자자에 대한 의존도가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은 다른 대안이 별로 없는 케이블TV산업에 건전하고 장기적인 국내자본이 투입된다는 측면에서 유료방송산업의 도약을 위한 건강한 투자”라고 말했다.

김상철 전문기자 sckim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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