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의 지혜] 진보는 ‘지상전’, 보수는 ‘공중전’? 마케팅 포인트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3일 15시 48분


올 4월에는 국회의원 선거가, 내년 12월에는 대통령 선거가 예정돼 있다. 선거에는 돈 들어갈 일이 많다. 선거운동 조직을 만들고, 유세를 하고, 홍보물을 돌리고, TV와 신문에도 광고를 내야 한다. 각 정당은 예산을 어떻게 짤지 고민일 것이다.

여기 참고할 만한 연구결과가 있다. 미국 하버드대 경영학과 정덕진 교수와 장링링 연구원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진보성향의 정당은 자원봉사자 등 조직을 이용하는 ‘지상전’ 선거운동의 효과를 극대화하는데 중점을 두는 게 좋다. 반면 보수정당은 TV광고에 중점을 두는 ‘공중전’이 더 효율적이다. 정 교수 팀은 2004년과 2008년, 2012년 등 세 번의 미국 대통령 선거를 분석해 이런 차이를 확인했다.

2012년 선거를 보자. 민주당(진보성향)의 버락 오바마 현직 대통령과 공화당(보수성향)의 밋 롬니 후보가 경쟁했다. 판세를 가름짓는 오하이오, 플로리다 등 이른바 ‘스윙스테이트(경합주)’에서 진행된 사전 여론조사는 박빙이었다. 그러나 실제 투표 결과는 오바마의 압승이었다. 8개 주요 스윙스테이트 중 7곳에서 승리했다.

그런데 양 당이 조직 선거운동에 비용을 전혀 쓰지 않았다고 가정하고 시뮬레이션을 해보니 오히려 롬니가 간발의 차로 승리하는 것으로 나왔다. 바꿔 말하면 오바마는 조직 선거운동 덕에 이길 수 있었던 것이다. 조직 선거운동은 특히 인구밀집 지역에서 민주당 지지자들의 투표율을 크게 높였다. 반면 공화당의 조직 선거운동은 지지자들의 투표율에 별 영향을 주지 않았다.

정 교수는 이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라 말한다. 보통 보수정당의 지지층은 진보정당의 지지층보다 탄탄하고 변화가 적다. 따라서 진보정당이 조직 활동을 얼마나 잘 해서 잠재적 지지자들을 투표장으로 불러내느냐에 선거의 승부가 나곤 한다.

이는 기업의 마케팅에도 시사점을 준다. 이미 우리 제품에 호감이 있는 고객이 더 많이 사게 하려면 ‘지상전’, 즉 적극적인 영업과 판촉 활동이 효과적이다. 반면 ‘공중전’, 즉 TV광고는 중립적인 성향의 신규 고객을 유치할 때 효과적이다.

조진서 기자 cj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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