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에서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 세력에 맞서 개인 투자자들이 실력 행사에 나섰다. 코스닥 대장주인 셀트리온의 개인 투자자들이 “공매도 세력 때문에 주가가 떨어진다”며 공매도용 주식을 빌려 주지 않는 증권사로 주식을 옮기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대차거래를 하지 않는 KB투자증권에 이달 들어 이틀 만에 130만 주가 넘는 셀트리온 주식이 이전됐다. LIG투자증권으로는 최근 7거래일 사이 약 35만 주, 유진투자증권으로는 10만 주 정도의 셀트리온 주식이 옮겨 왔다.
공매도는 헤지펀드가 많이 사용하는 투자 전략 가운데 하나로 주가가 내릴 것으로 예상되면 증권사 대차거래를 통해 해당 주식을 빌려 매도한 뒤에 주가가 하락하면 낮은 가격에 주식을 사서 되갚는 식으로 차익을 번다. 1만 원짜리 주식을 빌려 매도하고 주가가 6000원으로 떨어지면 이를 사서 빌린 주식을 되갚아 4000원을 챙기는 식이다. 상장 주식의 평균 공매도 비중은 4∼5% 정도이지만 셀트리온은 지난달 공매도 비중이 10%를 넘었던 날이 6일이나 됐다. 1월 27일에는 공매도 비중이 20.41%까지 올랐다.
셀트리온 주식을 보유한 일부 개인 투자자들은 주식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증권사의 대차 서비스가 공매도를 부추긴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차거래를 하지 않는 증권사로 주식을 이관하는 실력 행사에 나선 것이다. 셀트리온에 이어 공매도 비중이 높고 주가 하락 폭이 큰 다른 종목 개인 투자자들도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이 같은 방식의 주식 이관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에서는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 이관이 공매도에 대한 항의의 표시가 될 수는 있지만 기관과 외국인에 비해 현저하게 비중이 낮아 큰 영향력을 미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매도 세력이 주가를 조작하는 것은 문제가 되겠지만 공매도를 했다는 것만으로 비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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