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4월에는 국회의원 선거가, 내년 12월에는 대통령 선거가 예정돼 있다. 선거에는 돈 들어갈 일이 많다. 선거운동 조직을 만들고, 유세를 하고, 홍보물을 돌리고, TV와 신문에도 광고를 내야 한다. 각 정당은 예산을 어떻게 짤지 고민일 것이다.
여기 참고할 만한 연구결과가 있다. 미국 하버드대 경영학과 정덕진 교수와 장링링 연구원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진보 성향의 정당은 자원봉사자 등 조직을 이용하는 ‘지상전’ 선거운동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중점을 두는 게 좋다. 반면 보수정당은 TV 광고에 중점을 두는 ‘공중전’이 더 효율적이다. 정 교수 팀은 2004년과 2008년, 2012년 등 세 번의 미국 대통령 선거를 분석해 이런 차이를 확인했다.
2012년 선거를 보자. 민주당(진보 성향)의 버락 오바마 현직 대통령과 공화당(보수 성향)의 밋 롬니 후보가 경쟁했다. 판세를 가름짓는 오하이오, 플로리다 등 이른바 ‘스윙스테이트(경합 주)’에서 진행된 사전 여론조사는 박빙이었다. 그러나 실제 투표 결과는 오바마의 압승이었다. 8개 주요 스윙스테이트 중 7곳에서 승리했다.
그런데 양 당이 조직 선거운동에 비용을 전혀 쓰지 않았다고 가정하고 시뮬레이션을 해보니 오히려 롬니가 간발의 차로 승리하는 것으로 나왔다. 바꿔 말하면 오바마는 조직 선거운동 덕에 이길 수 있었던 것이다. 조직 선거운동은 특히 인구밀집 지역에서 민주당 지지자들의 투표율을 크게 높였다. 반면 공화당의 조직 선거운동은 지지자들의 투표율에 별 영향을 주지 않았다.
정 교수는 이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라 말한다. 보통 보수정당의 지지층은 진보정당의 지지층보다 탄탄하고 변화가 적다. 따라서 진보정당이 조직 활동을 얼마나 잘해서 잠재적 지지자들을 투표장으로 불러내느냐에 따라 선거의 승부가 나곤 한다.
이는 기업의 마케팅에도 시사점을 준다. 이미 우리 제품에 호감이 있는 고객이 더 많이 사게 하려면 ‘지상전’, 즉 적극적인 영업과 판촉 활동이 효과적이다. 반면 ‘공중전’, 즉 TV 광고는 중립적인 성향의 신규 고객을 유치할 때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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