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관광시장을 다변화하기 위해 국내 관광업계가 무슬림(이슬람교 신자)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관광업계는 동남아와 중동에 걸쳐 세계 전체 인구의 약 23%(17억여 명)를 차지하고 있는 무슬림이 중국 관광객을 잇는 관광시장의 ‘큰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1일 한국관광공사는 중국 소수민족 중 이슬람 신자들을 겨냥해 만든 ‘한국할랄여행’ 상품의 첫 번째 단체 관광객이 이날 한국에 입국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들어온 단체관광객 24명은 5박 6일 일정으로 서울과 강원의 주요 관광지를 둘러볼 예정이다. 이들은 8세기에 아라비아와 페르시아에서 중국으로 이주한 무슬림의 후손들이다.
관광공사는 이들을 유치하기 위해 ‘할랄’ 음식점을 확보하는 데 가장 큰 공을 들였다. 이슬람교 율법에 따라 먹고 마실 수 있도록 조리된 식품을 찾기 위해 지난해 6월부터 현지 이슬람협회 등과 수차례 협의를 거쳤다. 그 결과 한국 이슬람교 중앙회의 인증을 받은 한식당에서 삼계탕과 비빔밥 등을 맛볼 수 있도록 여행 코스를 개발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까다로운 무슬림의 취향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방한 무슬림 관광시장의 높은 성장세 때문이다. 한국을 찾은 무슬림 관광객 수는 지난해 기준 75만 여명으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를 겪은 지난해를 제외하면 매년 20% 정도의 높은 성장세를 보여 왔다. 씀씀이도 다른 나라 관광객에 비해 큰 편이다. ‘2014 외래관광객 실태조사’에 따르면, 중동 관광객의 1인당 평균 지출 비용은 3056달러로, 외래 관광객 전체 평균(1605달러)의 두 배에 가깝다. 특히 아랍에미레이트의 의료관광객 1인당 평균 지출 비용은 1537만원에 달해 전체 의료 관광객의 평균 진료비(186만원)의 8배 수준이다.
하지만 무슬림 전용 상품 확대를 통한 인프라 확충과 이슬람국가(IS)의 테러행위로 인한 반(反)이슬람 정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장세원 단국대 GCC(걸프협력회의)국가연구소장은 “한류를 이용한 문화관광이나 오일머니 투자를 위한 산업관광 등 무슬림에 특화된 관광 콘텐츠를 개발할 여지는 충분하다”며 “무슬림에 대한 우리 사회의 반감을 낮추기 위해서는 무슬림 인프라 투자에 완급을 조절하며 장기적으로 풀어가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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