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골든타임’ 놓친 게임사들, 신작 출시 본격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11일 17시 10분


대작 PC게임인 ‘리니지’ 하나로 게임업계의 1,2위를 다투었던 전통 강자 엔씨소프트가 최근 받아든 성적표는 초라했다. 11일 엔씨소프트에 따르면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8383억 원으로 2014년 수준을 유지했지만 영업이익은 2014년보다 15% 떨어진 2375억 원이었다. 국내 3대 게임사 중 넥슨과 넷마블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 파티를 벌인 것과 달리 엔씨소프트는 2위에서 한 단계 추락했다.

업계에서는 엔씨소프트가 ‘모바일 골든타임’을 놓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김택진 대표가 이끄는 엔씨소프트는 전통적으로 ‘리니지’와 같은 대작 PC게임에 강점을 보였던 회사다. PC방이 성황을 이루던 2000년대 중반까지 호황을 누렸지만 2013년 모바일로 게임의 주도권이 넘어간 이후 ‘대작 게임’ 정체성은 오히려 발목을 잡았다. 넷마블이 일찍부터 해외 성공 모바일게임을 벤치마킹해 시장에 안착했고, 넥슨도 강점인 멀티플레이어 롤플레잉 게임(MMORPG)의 모바일 개발을 서두른 데 반해 엔씨소프트는 대응이 한발 늦었다.

한발 늦었지만 엔씨소프트는 모바일과 글로벌 시장에 대역전극을 노리고 여기에 자원을 총투입하고 있다. 올해 우선 ‘블레이드&소울’, ‘리니지’ 등 성공한 PC게임을 모바일 버전으로 조만간 출시한다. 지난해 말부터 성공한 게임들의 캐릭터, 배경, 음악 등 지식재산(IP)을 모바일 게임에 사용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4분기(10~12월) 매출이 전 분기 대비 21% 상승하며 벌써 효과가 나오고 있다.

윤재수 엔씨소프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11일 “지난해는 주력 지적재산(IP) 성장과 국내외 매출 다변화를 통해 차기 신작 준비에 집중했다”며 “올해는 글로벌 시장에 모바일 신작 출시를 본격화 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바일로의 시장 변화를 놓쳤다가 뒤늦게 여기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게임업체는 엔씨소프트 뿐만 아니다. 게임 포털 ‘피망’을 운영하는 네오위즈게임즈는 대표 게임 ‘피파온라인2’를 성공시시키면서 2010년대 초반 게임업계 2, 3위를 하던 강자였다. 하지만 웹보드 게임 매출이 하락하고 모바일 전환 타이밍을 놓치면서 지난해 매출 1901억 원, 영업이익 158억 원을 올리는데 그쳤다. 매출액 기준으로 한 순위는 10위 내외.

네오위즈게임즈는 올해 2분기(4~6월)부터 스포츠와 RPG 분야에서 10여 종의 모바일 게임을 출시하며 대전환을 노리고 있다.

1999년 국내 최초 게임 포털 사이트인 ‘한게임’을 출범시킨 NHN엔터테인먼트는 2000년 대 중반까지 전성기를 누렸다. 당시 PC 웹보드 게임이 크게 히트를 쳤다. 하지만 요즘은 오히려 PC 게임의 정체성을 씻는데 주력하고 있다.

NHN엔터테인먼트는 최근 모바일 퍼즐 게임 ‘프렌즈팝’을 내놔 흥행에 성공했다. 앞으로도 모바일 게임 퍼블리싱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게임 외의 모바일 플랫폼 사업에도 전방위적으로 뛰어들어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인 ‘페이코’, 음원 및 웹툰 등 콘텐츠 분야까지 사업 범위를 넓히고 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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