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미얀마 정부와 은행 지점 설립을 ‘상호 인가’하는 방식으로 국내 금융사의 미얀마 현지 진출을 추진한다. 까다로운 규제로 유명한 미얀마 정부의 마음을 사기 위해 국내 금융시장의 문호를 열어주겠다는 ‘카드’를 내민 것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11일 “한국 은행들에 문호를 열어주면 상호 호혜주의 원칙에 따라 미얀마 은행의 한국 진출 허용을 검토하겠다는 내용의 공식문서를 발급했다”며 “시중은행들은 이 문서를 토대로 미얀마 당국의 지점 인가 신청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1962년부터 반세기 동안 폐쇄적인 사회주의 경제 체제를 유지하다 2011년 경제개방에 나선 미얀마는 국내 기업과 금융사들에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신(新)시장으로 평가되고 있다. 경제성장률이 2011년 5.9%, 2012년 7.3%, 2013년과 2014년 각각 8.5%에 이르는 등 경제 규모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국내 은행들도 미얀마의 경제개방 이후 앞다퉈 현지 진출 가능성을 모색해 왔지만 ‘기회의 땅’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미얀마 정부는 2014년 10월 처음으로 외국계 은행들에 지점 설립 인가를 내주면서 일본 3곳, 싱가포르 2곳, 중국 말레이시아 태국 호주 각 1곳 등 총 9개 은행을 선정했다. 신한, KB국민, IBK기업은행 등 한국의 시중은행들도 신청했으나 한 곳도 인가를 얻지 못했다.
미얀마 정부는 지난해 말 다시 한번 외국계 은행에 인가를 내주겠다고 공고를 냈다. 이달 8일 신청서 접수가 마감됐는데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을 비롯해 대만 인도 베트남 등 아시아 각국 은행 총 13곳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에서는 이 중 3∼5곳이 선정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경쟁은 여전히 치열하지만 금융권에서는 당국이 이례적인 지원사격에 나선 만큼 국내 은행들이 인가를 따낼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KB국민은행의 한 임원은 “미얀마는 저렴한 노동력과 풍부한 자원, 유리한 입지조건을 갖춘 국가”라며 “경제성장으로 향후 금융서비스 이용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얀마 정부는 3월 말경 심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