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희망퇴직과 권고사직으로 300여 명을 구조조정한 대우조선해양에서 희망퇴직 대상자가 아닌 직원이 ‘위로금’을 받고 퇴직해 논란이 일고 있다.
대우조선은 ‘근속연수가 20년 이상인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지난해 1∼3분기(1∼9월) 4조5318억 원의 영업적자를 낸 가운데 희망퇴직자에게는 정년까지 남은 개월 수의 55∼60%에 해당하는 기준임금을 취업지원금과 위로금 명목으로 지급했다. 1인당 평균 7000만 원 정도였다.
이 가운데 12년 차 과장 A 씨(여)는 희망퇴직 대상자가 아닌데도 위로금을 받고 퇴사했다. B 차장은 근속 기간이 2개월 모자랐지만 희망퇴직자에 포함됐다.
이에 대해 대우조선 측은 “A 씨와 B 씨는 저성과자에 해당돼 희망퇴직을 수리했다”고 설명했다. 이 직원들이 실제 저성과자라고 해도, 회사 측으로서는 이들을 해고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저성과자 해고 지침에 따르면 해고 전제조건이 ‘공정한 평가와 교육 훈련, 전환 배치 등을 했는데도 개선이 되지 않는 경우’로 까다롭기 때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A 씨와 B 씨에게 다른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희망퇴직으로 손쉬운 인사처리를 한 것은 원칙에도 맞지 않고 배려도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고사직 대상자 중 퇴사를 거부한 직원 6명은 지난해 11월 한 부서에 배치돼 4개월째 대기발령 상태다.
국내 산업계에 저성장, 고비용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사업 재편과 이에 따른 인력 구조조정은 불가피한 현실이 됐다. 기업으로서는 회사 이미지를 고려해 ‘조용한 구조조정’을 최우선 순위로 놓고 진행하지만 잡음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두산인프라코어에서는 20대 직원이 희망퇴직하면서 논란이 일자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신입사원은 희망퇴직 대상에 포함시키지 말라”고 지시해 급하게 불을 껐다.
이에 두산인프라코어는 희망퇴직 대상자를 2014년 1월 이전 입사자로 정했다. 하지만 그 여파로 입사한 지 만 2년이 된 젊은 사원(2013년 12월 입사자)들이 대거 퇴사하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이 회사는 또 희망퇴직을 거부한 기술직 직원 21명을 대기발령하고 매일 A4용지 5장 분량의 ‘회고록’을 쓰게 하면서 사실상 퇴직을 강요한 것이 알려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지난해 현대중공업, 삼성물산,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 KB국민은행 등 경제계엔 희망퇴직 광풍이 몰아쳤다. 올해도 재계의 화두가 사업 재편인 만큼 이 바람을 피할 순 없을 것이다. 해야만 하는 일이라면 해야 한다. 다만 ‘조용함’보다는 ‘원칙과 배려’를 우선시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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