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서비스물가 4년 만에 최고… 상하수도-대중교통 요금 줄인상
집세-보험료도 ↑… 체감물가 껑충
서울에서 자취를 하던 직장인 박모 씨(29)는 최근 오빠 집으로 들어갔다. 집주인이 월세를 10만 원 올리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박 씨는 “월급은 거의 오르지 않았는데 집세에 교통비, 각종 보험료까지 올라 소득이 줄어드는 기분”이라며 “생활비를 아끼려면 가족의 신세를 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7%로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지만 서민들의 체감 물가는 역주행을 하고 있다. 공공요금과 대출금리, 보험료, 식료품 가격이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서비스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2.4% 올랐다. 이는 2012년 1월(2.5%) 이후 4년 만에 가장 크게 오른 것이다. 집세 상승률도 전년 동월 대비 2.9%로 나타나 2013년 2월(3.0%) 이후 상승폭이 가장 컸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0.8%)이 3개월 만에 0%대로 떨어진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공공서비스 물가도 오름세다. 지난달 하수도료는 전년 동기 대비 23.4% 올랐다. 부산 대전 울산 인천시와 경북 김천시 등이 각각 하수도 요금을 최대 33% 인상했기 때문이다. 지하철과 시내버스 요금도 각각 15.2%, 9.6% 상승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직장인 장모 씨(32)는 “저유가로 기름값이 크게 떨어졌는데 교통비는 오히려 오르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 지역별 상하수도 요금이 크게 오른 것은 정부가 2014년 요금 현실화를 권고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그동안 묶여 있던 상하수도 요금이 오르고 지난해 7월 시내버스와 지하철 요금이 인상되면서 체감 물가가 상승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분간 공공서비스 요금 인상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음 달 울산시가 하수도 요금을 14.0%, 부산시와 충남 아산시는 상수도 요금을 각각 8.0%, 8.7% 인상할 방침이다. 정부도 공영주자창의 주차요금에 부가가치세 10%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여기에다 가계 금융비용과 장바구니 물가까지 들썩이고 있다.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지난해 12월 다시 3%대로 올라섰다. 올해 실손의료보험료가 20% 안팎 인상됐고 4월부터 보장성보험 보험료도 5∼10%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말 소주 출고가가 5% 이상 오르면서 최근 식품업계에서는 맥주와 라면 가격 인상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0%대 물가로 ‘D(디플레이션)의 공포’를 우려하고 있지만 서민들의 살림살이는 더 팍팍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생활물가 체감도가 높은 품목의 가중치를 높이거나 새 품목을 추가해 개편한 소비자물가지수를 12월 공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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