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수도권 2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아파트 입주가 몰리면서 경기 일부 지역의 주택 공급과잉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말 집들이를 시작한 위례신도시의 한 아파트 단지.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앞으로 2년간 수도권 시군 중 경기 하남 화성 김포시에서 주민 수에 비해 새 아파트가 가장 많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개발 기대감으로 아파트 분양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들 아파트가 한꺼번에 완공될 경우 지역에 따라 주택 시장이 일시적인 ‘공급 과잉’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4일 부동산정보업체 닥터아파트가 수도권 시군별 주민등록 가구 수(2014년 현재) 대비 2016년과 2017년의 연평균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을 조사한 결과 하남시의 주민 수 대비 아파트 수 증가폭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까지 하남시에서는 2014년 현재 주민등록 가구 수의 16.1%에 이르는 새 아파트가 매년 완공될 예정이다. 이는 수도권 평균(1.6%)보다 10배 이상 높은 수치다.
위례신도시, 미사강변도시(이상 하남시) 등의 신도시에서 2014, 2015년 분양된 아파트들이 올해 본격적으로 집들이를 시작하는 영향이 크다. 올해 위례신도시와 미사강변도시에서는 각각 8574채, 8747채의 아파트가 완공을 앞두고 있다.
대규모 택지지구가 조성되는 수도권 다른 지역의 올해와 내년 입주 물량도 많은 편이다. 하남시에 이어 동탄2신도시가 조성되는 화성시(7.1%), 김포한강신도시가 있는 김포시(5.8%)의 입주 물량이 많았다. 1만∼3만 채 규모의 택지지구가 들어서는 평택(4.9%) 구리(4.7%) 시흥시(4.4%)의 입주 예정 물량도 수도권 평균을 웃돈다.
올해 이들 지역에서 분양을 계획하고 있는 건설사들은 미분양 걱정이 커졌다. 지난해 말부터 주택 경기가 주춤해진 상황에서 기존에 분양된 단지들이 입주를 시작하면 새 아파트를 ‘완판’시키기가 더욱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닥터아파트 관계자는 “외부로부터 많은 인구가 유입될 요인이 없는 지역에 대규모 단지가 조성되면 일시적으로 공급 과잉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올 들어 전국에서 분양된 32개 단지 중 절반에 가까운 15곳이 1, 2순위에서 청약을 마치지 못했다. 지난해 12월 96개 단지 중 36개 단지(38%)가 청약을 채우지 못했던 것에 비해 청약 미달 단지의 비율이 10%포인트 정도 늘어난 것이다. 지난달 동탄2신도시에서는 계약률이 낮아 청약 접수 이후 분양을 포기하는 단지도 생겼다. 하지만 건설사들은 ‘분양 경기가 더 나빠지기 전에 예정된 공급 물량을 밀어낸다’는 계획이어서 택지지구의 아파트 적체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전국에서 분양될 아파트는 7만1797채로 지난해 같은 기간(4만7108채)보다 52% 정도 많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하반기(7∼12월)에 시장을 반전시킬 만한 정책적인 호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4월 총선 전에 주요 단지의 분양을 마치려고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분양 경기 둔화가 기존 주택 시장에도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새 아파트 집주인들이 한꺼번에 전세를 내놓아 전세금 시세가 떨어지면 주택 구입에 나서는 실수요자들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악성 미분양’인 준공 후 미분양이 생기면 주변 아파트의 시세가 하락하는 경우도 많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실장은 “신도시 주택 시장의 분위기는 신규 분양 아파트의 계약률, 입주율에 큰 영향을 받는다”며 “미분양이 늘면 투자자는 물론이고 실수요자들도 주택 구입을 미루는 경향이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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