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토익은 영어 아닌 기술… 고득점 왕도는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15일 03시 00분


Case Study: 토익 강의 브랜드 ‘영단기’의 급성장 비결

“그러니까 영어 공부를 12년이나 했잖아. 그런데 아직도 토익이 영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니까? (토익은) 기술이야!”

2013년 12월, 가수 성시경이 출연해 화제를 모은 ‘영단기(영어단기학교)’의 토익 광고 핵심 메시지다. 영단기는 교육 기업인 에스티앤컴퍼니가 제공하는 온·오프라인 토익 강의 브랜드다. 당시 이 광고는 외국어 교육 업체로는 이례적으로 연예인을 모델로 기용한 것은 물론이고 ‘토익은 영어가 아니라 기술’이라는 도발적인 메시지를 던져 많은 이의 주목을 받았다. 출범한 지 3년여밖에 되지 않던 신생 브랜드 영단기가 대중의 머릿속에 확실히 각인되는 계기가 된 건 물론이다.

에스티앤컴퍼니는 2010년 11월 성인 대상 온라인 영어 강좌를 선보이며 토익 시장에 진출했다. 당시 토익 교육 시장은 해커스어학원, YBM어학원, 파고다어학원 등 기업형 학원들이 업계를 장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에스티앤컴퍼니는 통계 분석에 기초한 ‘단기 고득점 방법론’을 통해 체계적인 교육과정을 개발해 단기간에 급성장했다. 전형적인 ‘레드오션’으로 분류되는 토익 교육 시장에 후발주자로 진입했지만 확실한 차별화에 성공한 에스티앤컴퍼니의 성공 요인을 DBR(동아비즈니스리뷰)가 집중 분석했다.

○ 설문조사 기반 ‘단기 고득점 방법론’ 고안

영단기 서비스를 선보이기 전, 창업자 윤성혁 대표를 포함한 에스티앤컴퍼니 전 직원 30여 명은 토익학원이 몰려 있는 서울 강남역 학원가에 매일 출근하다시피 했다. 그리고 토익학원에서 수업을 듣고 나오는 사람들을 한 사람씩 붙잡고 △토익 강좌 수강 기간 △토익시험 응시 횟수 △토익 점수 변화 추이 △토익 공부 습관 등에 대해 면밀하게 조사했다. 막연한 ‘감(感)’이 아니라 객관적인 ‘통계’에 기초해 시장과 고객을 분석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윤 대표는 “어떤 사람은 짧은 시간 공부하고도 원하는 점수를 얻는 반면 어떤 이들은 아무리 오래 공부해도 좀체 점수가 나아지지 않는데 과연 그 차이가 어디에서 발생하는지 궁금했다”며 “수험생들이 갖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그에 맞는 최적의 솔루션을 제시해 줄 수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총 5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에스티앤컴퍼니는 불과 2개월 만에 토익 성적을 200∼300점씩 높인 ‘단기 고득점자’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 학습 방법은 물론이고 공부 순서, 자습 시간 등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면에서 차이가 있다는 걸 발견했다. 예를 들어 ‘두 달 동안 700점대에서 900점대로 성적을 끌어올린 고득점자들은 시험을 앞두고 ○○일 동안은 실전문제만 ××개 풀었다’든가, ‘두 달 만에 500점대에서 800점대로 성적이 올라간 학생들은 하루에 ○○개의 단어를 꾸준히 외웠다’든가 하는 식으로 일반적인 경향을 도출해 낼 수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에스티앤컴퍼니는 최소의 시간을 투입해 최대의 효과를 이끌어낼 수 있는 커리큘럼을 만들었다. 즉, △개념 강의와 문제풀이 강의 비중 △RC(독해), LC(청취) 등 영역별 학습 순서 △교재에 담을 실전문제 구성 등 모든 측면에서 단기 고득점자들에게서 발견되는 공통의 노하우를 적용해 커리큘럼을 구성했다.

○ 체계적인 콘텐츠 제작

에스티앤컴퍼니는 또한 사업 초기, 인터넷 강의 하나를 제작하는 데 전 직원이 매달렸다.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강의’를 만든다는 목표 아래, 강사에게 똑같은 내용으로 수십 차례 반복해서 강의하도록 요청하면서 프레젠테이션 스킬은 물론이고 강의 내용 구성과 관련한 피드백을 적극 제시했다. 예를 들어 딱딱한 문제풀이 방식은 게임 형태를 취하자고 제안했고, 강의 중간 중간 자막을 집어넣어 학생들이 핵심 내용을 다시 한번 꼼꼼하게 기억할 수 있도록 하자는 아이디어도 내놓았다. 타 사이트에서 인터넷 강의를 수강한 학생들의 불만 사항도 적극 고려해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다. 시청 시 눈의 피로를 최소화하기 위해 고화질(HD) 영상을 도입한 게 대표적 예다. 윤 대표는 “흡사 ‘무한도전’ 같은 예능 프로그램을 만든다는 마음가짐으로 전 직원이 수십 차례 기획회의와 편집을 거듭하며 콘텐츠를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 무료 강의, 무료 교재 통해 입소문 마케팅

에스티앤컴퍼니는 반년여의 준비 끝에 2010년 11월, 인터넷 토익강좌를 선보였다. ‘최단 기간 영어 성적을 올려주겠다’는 목표가 브랜드를 듣는 순간 쉽게 연상되도록 서비스 이름도 ‘영단기’라고 지었다. 사업 초기엔 별다른 마케팅은 하지 않고 오직 ‘입소문’에 의존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영단기 회원으로 가입만 하면 강좌별로 2, 3개의 강의를 무료로 들을 수 있도록 했다.

강의 교재도 무료로 배포했다. 강의 본교재와 복습 교재는 물론이고 수험생들이 가장 많이 틀리는 유형의 문제들만 추려서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부교재 ‘약점 보완 클리닉’도 무료로 나눠 줬다. 콘텐츠 경쟁력에 대한 확신이 있었던 만큼 교재를 공짜로 배포하고 강의 체험 기회를 많이 제공하면 그만큼 입소문이 빨리 확산될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회사의 전략은 보기 좋게 적중했다. 영단기의 무료 강의를 체험해 보고 콘텐츠에 신뢰감을 갖게 된 회원들이 이듬해 여름방학 시즌을 맞아 대거 유료 수강신청을 한 것. 그 결과 에스티앤컴퍼니는 창업 2년째인 2011년 81억 원의 매출액을 올릴 수 있었다.

○ 온라인 이어 오프라인 영역으로도 확대

에스티앤컴퍼니는 2013년 3월 서울 서초동에 영단기 학원을 개설하며 오프라인 토익 교육 시장에도 진출했다. 온라인 수강생에 비해 실제 공부 습관을 훨씬 쉽게 관찰할 수 있는 오프라인 수강생이 대거 늘어나면서 ‘단기 고득점 방법론’ 역시 한층 정교해졌다. 그 결과 2013년 6월 이후로는 ‘약점 보완 클리닉’을 개인별 맞춤 교재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 배포하고 있다. 즉, 전체 학생들에게 똑같은 내용을 ‘오답노트’ 형태로 제작해 나눠 주던 수준에서 벗어나 수강생마다 서로 다른 취약 영역을 효과적으로 보완할 수 있도록 교재를 각각 다르게 편집해 제공하고 있다.

이 밖에도 에스티앤컴퍼니는 두 달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토익 설명회를 개최하며 토익 최신 출제 경향과 고득점 방법론을 소개하고 있다. 2014년 3월엔 ‘영단기 토익 풀서비스’를 통해 토익시험 응시 당일 수험생 각자가 자신의 예상 점수를 정교하게 예측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도 선보였다. 이처럼 차별화된 서비스를 끊임없이 제공한 덕에 이 회사 매출액은 △2012년 198억 원 △2013년 471억 원 △2014년 1411억 원 등 해마다 가파르게 늘고 있다.

이방실 기자 smile@donga.com

본 기사의 전문은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94호(2016년 2월 1일)에 게재돼 있습니다.
#토익#고득점#영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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