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이나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이다. 늘 열린 마음으로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듣고, 그것을 정확하게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쌍용자동차의 부활을 이끈 이유일 부회장은 오랫동안 경영자로서 어려운 난제들을 풀어갈 수 있었던 노하우를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오랜 회사 생활 중에 쌍용차에서 일했던 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완전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쌍용차 회생의 기반을 마련해놓고 갈 수 있어서 다행이다”라고 했다.
이 부회장은 현대자동차에서 30년 넘게 일하며 사장까지 지냈다. 이후 쌍용차 법정관리인과 사장을 지낸 이 부회장은 국내 자동차 회사 2곳을 이끌어본 흔치 않은 경험을 갖고 있다. 그는 47년이 넘는 회사 생활 중 절반 이상인 26년 동안 최고경영자(CEO)로 재임했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는 이 부회장을 만나 쌍용차 회생과 관련한 이야기를 들었다.
○ 노조도 같은 편이다
2009년 6월 노조원들은 회사의 회생 방안에 반대해 옥쇄파업을 시작했다. 공장을 가동하고 제품을 생산해 회사를 정상화해야 하는데 정말로 답답할 노릇이었다. 이 부회장은 “노조도 결국은 쌍용차 직원이다. 회사를 살리고 싶은 마음은 다 같았을 것이다”라고 했다.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그는 특별한 일이 없어도 수시로 노조 사무실을 찾았다. 노조원들의 요구사항 및 애로점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사유가 충분하다면 이를 최대한 들어주려고 했다. ‘안전화가 2년에 한 번꼴로 나오는데 좀 더 자주 바꿔 달라’ ‘겨울 점퍼 하나로는 부족하니 더 달라’ ‘부식비 좀 올려 달라’ 등 다양한 요구를 들어줬다.
노조가 대주주 마힌드라&마힌드라 그룹과 얘기하려고 할 때는 직접 나서서 도와주기도 했다. 해고 노동자 5명이 쌍용차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파완 쿠마 고엔카 사장을 만나러 간다고 했을 때 이 부회장이 직접 그룹 쪽에 전화해 “해고 노동자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이런 과정에서 쌍용차 노사는 서로 진정성 있게 교섭을 하고 문제를 해결하자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교착상태에 빠져 있던 노사 협상도 재개됐다. 노조와 고엔카 사장의 만남을 도와준 것이 해고자 복직을 둘러싼 6년간의 갈등을 마무리하는 계기가 됐다.
○ 사람들에게 애정을 갖고 꾸준히 소통하라
회사 정상화도 급선무였다. 하루빨리 좋은 제품으로 다시 소비자의 신뢰와 사랑을 되찾아야 했다. 이를 위해 전 직원이 합심해 피나는 노력을 했다. 특히 티볼리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더 나은 디자인을 위해 1000번 넘게 설계 변경을 했다. 한 번 설계 변경을 할 때마다 큰돈이 들었지만 좋은 디자인을 내놓겠다는 연구진의 욕심이 컸다.
마힌드라&마힌드라 그룹에 인수된 지 4년 만인 지난해 1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티볼리’가 나왔다. 시장의 반응이 좋았다. 출시 1년 만에 소형 SUV 시장에서 점유율이 50%를 넘었을 정도다. 티볼리는 현재 미국 진출을 앞두고 있다.
CEO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이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에 이 부회장은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사람이었다. 좋은 사람을 뽑고, 투자하고, 그에게 권한을 위임할 수 있어야 한다. 리더가 모든 것을 다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사람들에게 애정을 갖고 직원들과 꾸준히 소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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