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산 대형 럭셔리 세단을 소유한 A 씨는 지난해 차량 부동액 호스라인이 파손돼 공식서비스센터에 견적을 의뢰했다. 예상 수리 금액이 800만 원 가까이 나온 것을 보고 깜짝 놀란 A 씨는 수입차를 정비할 수 있는 한 중소업체를 찾아 280만 원 선에서 수리를 마쳤다.
국내 시장에서 수입차 점유율이 지난해 15.5%를 차지할 정도로 판매가 급증했지만, 서비스센터의 수가 적고 수리비도 비싸 소비자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소 정비업자들이 공식서비스센터보다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수입차 정비에 나서고 있다.
경기 의정부시 녹양로의 자동차 정비업체 ‘오토케어’는 수입차 정비가 가능한 ‘동네 카센터’ 가운데 한 곳이다. 김학수 대표(43)는 수입차의 증가를 예견하고 8년 전부터 수입차 정비를 시작했다. 올해부터는 SK네트웍스의 자동차 관리 브랜드 ‘스피드메이트’의 시스템을 이용해 수입차 부품을 더욱 원활하게 주문할 수 있게 됐다.
스피드메이트가 전국 자동차 정비업자들이 모인 ‘한국자동차전문정비사업조합연합회(CARPOS·이하 연합회)’ 회원사에 자사의 ‘수입차 부품 조회·주문 시스템’을 공유했다. 이 시스템은 해당 수입차의 차대번호만 입력하면 모델에 맞는 부품을 검색하고 주문할 수 있도록 해준다. 스피드메이트는 지난해 5월 연합회와 ‘수입차 정비 상생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자사의 수입차 정비기술과 부품 유통시스템을 보급했다. 그 덕분에 전국 연합회 소속 동네 카센터에서는 30여 개 수입차 브랜드에 쓰이는 6만 종의 정비 부품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말에는 회원사 1000여 곳을 대상으로 수입차 정비 입문 교육도 했다. 그동안 서울 강남처럼 수입차 등록대수가 많은 곳에 그쳤던 소규모 수입차 정비업체가 전국의 동네 카센터로 확대된 셈이다. 연합회 관계자는 “잘못 수리했다가는 더 큰 비용을 치를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에 수입차 정비를 꺼리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많은 업체가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네 카센터의 장점은 무엇보다도 공식서비스센터보다 저렴한 가격이다. 수입차 서비스센터는 부품에 높은 마진을 붙여 비싼 수리비를 요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반면 SK네트웍스는 해외의 부품 제조사로부터 중간단계 없이 직접 공급받아 정비업체에 납품하기 때문에 단가를 30∼40% 이상 낮췄다. 예를 들어 공식서비스센터에서 18만 원 이상 들어가는 A 중형 세단의 에어컨 필터 교체 비용(부품비 17만 원, 공임비 1만9800원)이 동네 카센터에서는 7만 원 선에서 해결할 수 있다.
수리기간도 빨라졌다. 김학수 대표는 “공식서비스센터에서는 수리를 하려면 10∼15일 기다려야 하는 반면 이곳에서는 다음 날 수리를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수입차 서비스센터들은 독과점 형태”라며 “접근성이 좋고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경쟁자가 생기면서 고객 입장에서 서비스를 실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이 교수는 “동네 카센터에서의 경정비 이력을 두고 추후 발생하는 차량 결함에 대해 업체가 책임을 회피할 수도 있는 만큼 관련 부분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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