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이달 초 시중은행들이 대출금리 산정 기준인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를 담합한 혐의가 있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2012년 7월 조사에 착수한 지 3년 7개월 만이다. 공정위는 4, 5월 전체회의에서 제재 여부를 확정할 방침이지만 금융소비자원은 이미 피해자가 500만 명에 이르고 피해액이 4조 원 이상이라는 분석까지 내놨다. 영국 미국 스위스 금융당국이 2012년 바클레이스 UBS 등 글로벌 은행에 대해 리보(Libor·런던 은행 간 기준금리) 담합을 이유로 100억 달러(약 12조3000억 원)의 천문학적 벌금을 매긴 것처럼 ‘한국판 리보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이번 사안의 쟁점은 2011년 12월∼2012년 7월 시중금리가 0.29%포인트 하락한 반면 CD금리 하락 폭은 0.01%포인트에 그친 배경이다. 공정위는 6개 은행 담당자들이 모여서 CD금리를 담합했다고 본 반면 은행들은 당국의 ‘행정지도’에 따라 CD 발행량을 줄이다 보니 금리가 움직이지 않은 것이라고 반박한다.
공정위의 최종 결론을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담합으로 확정될 경우 금융당국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정기검사를 하면서 담합을 몰랐다면 검사체계에 구멍이 뚫린 것이다. 알고도 눈감아준 것이라면 불법을 방조한 것이 된다. 현재 ‘억울한 은행들’은 제재가 확정되면 과징금 부과처분 취소청구 소송을 내겠다고 벼르는 상태다.
금융당국으로서는 행정지도가 담합 논란의 빌미였으니 곤혹스러울지 모른다. 금리 발행량을 줄이라는 관치(官治)가 없었다면 담합의 싹은 애초 자라지 않았을 것이다. 이참에 금융당국은 증거가 남지 않도록 전화로 행정지도하는 구태를 버리기 바란다. 만일 담합이 아니라고 판단한다면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침묵을 지킬 게 아니라 입장을 밝혀 시장 불안을 덜어줘야 한다. 그러나 담합이 인정될 경우에 대비해 은행 건전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대출자 손실을 보상하는 대책을 마련해둬야 충격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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