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원-달러 환율이 19일 외환당국의 구두 개입에도 불구하고 전일보다 7.0원 오른 1234.4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2010년 6월 11일(1246.1원) 이후 5년 8개월여 만에 최고치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6원 오른 1231.0원에 거래를 시작해 장 초반부터 거침없이 상승했다. 오전 11시 반 한때는 1239.3원까지 치솟으며 1240원대까지 넘봤다. 유럽중앙은행(ECB)의 1월 통화정책회의에서 위원들이 저유가와 중국 경제 경착륙 우려 등을 이유로 선제적 대응의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글로벌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해졌다. 북한 관련 안보 리스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도 원화 약세를 부추겼다.
최근 환율이 급등세를 지속하자 당국은 구두 개입에 나섰다. 홍승제 한은 국제국장과 황건일 기획재정부 국제금융정책국장은 공동명의로 “한은과 정부는 최근 원-달러 환율의 움직임과 변동성이 과도하다고 생각하며 시장 내 쏠림 현상이 심화되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당국이 단호한 표현으로 시장 개입에 대한 신호를 명확히 하자 환율은 잠시 떨어졌지만 이내 다시 오름세로 반전됐다. 한은과 기재부의 공동 구두개입은 2014년 7월 이후 1년7개월 만이다. 당시는 지금과 정반대로 원-달러 환율이 하락할 때였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원화 약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건전한 재정, 탄탄한 신용등급 때문에 원화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던 외국인 투자자들의 평가가 최근 달라졌다”며 “외환당국이 속도 조절을 하는 모습이지만 외국인들의 달러 매수세가 워낙 강해 원화가 큰 폭의 약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모건스탠리증권은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놨다. 19일 모건스탠리는 보고서에서 원화를 ‘매도 통화’ 우선순위에 올리며 한국이 대규모 무역흑자를 내고 있지만 중국 경제와의 상관성이 높고 글로벌 무역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환율 상승으로 수출기업들은 가격경쟁력 측면에서 수혜를 누릴 가능성이 높지만 당장 유학생 자녀를 둔 가정의 부담은 커지게 됐다. 또 환율 상승은 수입물가의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소비자물가가 지금보다 뛸 가능성도 있다.
외환당국은 자본 유출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17일 ‘2016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 “글로벌 자산운용사의 자금 흐름을 주목하고 있다”며 “신흥국 자금 이탈에서 우리도 비켜 서있을 수 없다”고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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