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과거에 만난 누군가의 연락처를 찾기 위해 명함첩을 열었다가 엄청나게 쌓여 있는 정리되지 않은 명함을 보고 찾기를 포기한 경험이 한두 번은 있을 것이다. 일일이 정리하자니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고 그렇다고 쌓아 두자니 정보로서의 가치가 없어진다. 벤처기업 드라마앤컴퍼니가 개발한 명함 정리 앱 ‘리멤버’는 이런 딜레마를 해소하기 위해 탄생했다. 하지만 과거 명함 관리 앱과는 차별화된다.
일단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명함 입력의 편의성이다. 리멤버는 기본적으로 받은 명함들을 사진으로 촬영하기만 하면 별도의 스캔 과정 없이 자동으로 정보를 인식한다. 또 리멤버 회원 간에는 실시간 명함 정보 업데이트가 가능하다. 예를 들어 A사 김 과장의 명함첩에 B사 이 차장의 명함이 보관돼 있었다면 B사의 이 차장이 이직을 하거나 연락처 정보를 변경했을 때 A사 김 과장에게는 B사 이 차장의 최신 정보가 자동으로 업데이트된다. 특히 기존 명함 앱들이 광학 문자 입력 방식을 사용해 오류가 많이 나는 데 반해 리멤버는 사람이 직접 입력을 해서 오타 발생 빈도를 줄였다. 이를 바탕으로 리멤버는 누적 등록 명함 4000만 장, 이용자 수 100만 명에 이르는 업계 1위 기업으로 성장했다. DBR 195호(2월 2호)에 실린 리멤버 사례 분석 기사의 주요 내용을 요약한다.
리멤버가 단기간에 명함 관리 앱 시장에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데는 ‘수기입력’이라는 차별화 포인트가 있었기 때문이다. 사용자가 명함 사진을 찍으면 이 정보는 리멤버가 고용한 1000여 명의 타이피스트에게 전달된다. 그리고 타이피스트들은 명함 정보를 직접 수기로 입력해 전송한다. 최재호 드라마앤컴퍼니 대표는 “기존 명함 관리 앱들은 글자 인식에서 오류가 나타나 결국 개인이 일일이 정보가 맞는지 확인하고 수정해야 했다”며 “이런 불편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다 수기입력 방식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리멤버의 이런 시도가 무모하다고 지적한다.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리멤버에 등록된 명함이 늘어날수록 비용이 하락하는 구조다. 이미 입력된 명함의 경우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를 입력하면 나머지 정보들이 자동 완성되도록 해 중복 작업을 피하고 있다. 타이피스트들은 입력한 명함 수에 비례해 돈을 받기 때문에 리멤버에 저장된 명함 정보가 늘어나면 비용은 줄어드는 구조다.
명함 관리 비즈니스를 시작하면서 최 대표가 목표로 한 것은 한국판 ‘링크트인’이 되는 것이다. 링크트인은 이미 전 세계에서 4억 명 정도가 사용하는 비즈니스 네트워크 사이트다. 그러나 한국 등 동아시아권에서는 부진한 성적을 내고 있다. 최 대표는 이유를 정서의 차이에서 찾았다. 그는 “동양 문화권에서는 내가 누군가를 비즈니스로 만난 것이나 남의 프로필을 보는 등의 행동이 뒷조사같이 느껴진다”며 “리멤버는 명함을 주고받은 사람들만 개인정보 등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멤버의 향후 목표에 대해 “리멤버 사용자들 사이의 비즈니스 관계를 바탕으로 HR, 채용, 광고 등 수익모델을 운영해 비즈니스 네트워크 분야의 독보적인 모바일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