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패밀리룩 전성시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3일 03시 00분


벤츠 C·E·S클래스, 재규어·인피니티·지프·현대車 등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얼굴, 고급 브랜드 중심으로 강화

독자들은 사진만 보고 이 차가 메르세데스벤츠의 어떤 모델인지 구분할 수 있을지. 왼쪽부터 S클래스, E클래스, C클래스다. 지난달 공개된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10세대 모델을 두고 “패밀리룩이 완성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제공·메르세데스벤츠 홈페이지 캡처
독자들은 사진만 보고 이 차가 메르세데스벤츠의 어떤 모델인지 구분할 수 있을지. 왼쪽부터 S클래스, E클래스, C클래스다. 지난달 공개된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10세대 모델을 두고 “패밀리룩이 완성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제공·메르세데스벤츠 홈페이지 캡처

현대자동차만의 독특한 육각형 라디에이터 그릴을 장착한 제네시스 ‘EQ900’와 현대차 ‘제네시스’, ‘쏘나타’ (위쪽부터). 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자동차만의 독특한 육각형 라디에이터 그릴을 장착한 제네시스 ‘EQ900’와 현대차 ‘제네시스’, ‘쏘나타’ (위쪽부터). 현대자동차 제공

2014년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 5세대 모델이 나왔을 때 사람들은 이 차를 ‘베이비 S클래스’라고 불렀다. 디자인이 S클래스를 빼닮아서다. 이 때문에 ‘드림 카’로 S클래스를 꿈꾸는 젊은층은 ‘현실적인 드림카’로 C클래스를 선택하기도 했다.

지난달 미국에서 열린 ‘2016 북미 국제 오토쇼(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공개된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10세대 모델은 ‘주니어 S클래스’라는 평가를 받았다. 해외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빌은 E클래스를 두고 “C클래스, S클래스 세단과의 패밀리룩이 한층 명확해졌다. 헤드램프와 리어램프, 부드럽게 기울어지는 캐릭터 라인, 둥그스름하게 처리된 그린하우스(차체에서 유리창과 필러, 지붕 등을 포함한 유리 윗부분) 등이 해당된다”고 분석했다. 오토블로그는 “E클래스는 ‘작은 동생’인 C클래스처럼 S클래스의 외형미와 인테리어 소재를 강화한 특징을 채용했다”며 “전체적 모양이 S클래스를 줄여놓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소비자 의견은 엇갈렸다. 일부는 “C-E-S를 잇는 패밀리룩이 완성됐다”고 만족했고, 일부는 “예전 E클래스의 우아한 감성이 사라졌다”고 아쉬워했다.

E클래스에서 보듯 최근 자동차업계에선 패밀리룩을 강조한 신차들이 쏟아지고 있다. 자동차 시장이 성장하고, 모델들이 다양해지자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브랜드만의 얼굴’을 만들어 차별화하려는 시도다. 명품 백이 하나의 디자인 테마를 두고 다양한 모델로 분화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 이러한 움직임은 고급 브랜드에서 더욱 극명하게 나타난다. 또 BMW ‘키드니 그릴’(2개의 신장 모양을 닮은 라디에이터 그릴)이 대표적이듯 대부분의 패밀리룩은 라디에이터 그릴에서 나온다. 전면부에서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하는 만큼 소비자들이 자동차를 바라볼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재규어는 2007년 ‘XF’부터 패밀리룩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XJ’ ‘XF’ ‘XE’(왼쪽부터)의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램프가 대표적이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제공
재규어는 2007년 ‘XF’부터 패밀리룩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XJ’ ‘XF’ ‘XE’(왼쪽부터)의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램프가 대표적이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제공

재규어는 2007년 ‘XF’에서 새로운 패밀리룩을 선보인 이후 ‘XJ’, ‘F-타입’, ‘F-페이스’ 등을 통해 강화하고 있다. 모서리가 둥근 직사각형 모양을 그물 모양으로 채운 라디에이터 그릴, ‘J’ 형상(‘J블레이드’)이 뚜렷이 나타나는 주간주행등 등이 대표적이다.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로 꼽히기도 하는 이언 칼럼 재규어 디자인 총괄디렉터는 지난달 방한해 “디자인에서 중점을 두는 것은 ‘이 디자인이 근본적으로 재규어인가’다”라며 “사람들이 보는 순간 ‘저게 재규어구나’라고 바로 인식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패밀리룩은 정체성을 표현하고 브랜드 파워를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며 “고급 브랜드에서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현대자동차의 패밀리룩은 제네시스 ‘크레스트 그릴’과 현대차 ‘헥사고날 그릴’이 대표적이다. 헥사고날 그릴은 2009년 ‘투싼ix’에 처음 적용됐고, 크레스트 그릴은 2세대 ‘제네시스(DH)’에 처음 적용돼 제네시스 ‘EQ900’가 별도 브랜드로 계승했다.

두 그릴의 모양이 다르지만 넓게 보면 둘 다 육각형이라는 점에서 ‘무엇이 다르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에 대해 주병철 현대차 프레스티지디자인실장은 “크레스트 그릴은 그릴의 상단부를 더 넓혔고 하단부는 폭포수가 떨어지듯이 ‘Y’자형의 운동감을 담아 디자인해 더욱 역동적이고 웅장하게 보이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패밀리룩은 브랜드 전환기에 색다른 이미지를 불어넣어 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인피니티는 ‘Q’ 시리즈를 시작하면서 라디에이터 그릴과 C필러에 일관적인 디자인을 채택했다. 일명 ‘더블 아치 그릴’로 그릴 윗부분은 위로 볼록하고, 아랫부분은 아래로 볼록하게 부풀어 올라 있다. 위는 동양의 다리 실루엣을, 아래는 그 다리가 물에 비치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다. 보는 방향에 따라 ‘)’ 또는 ‘(’ 형상을 하고 있는 C필러는 ‘초승달 필러’로도 불린다.

렉서스는 ‘정숙하고 조용한 차’ 이미지를 탈피하고 젊은층도 좋아하는 ‘와쿠도키(わくどき·가슴 설레는, 두근두근)’한 차로 변신하기 위해 ‘스핀들 그릴’을 내세웠다. 후쿠이치 도쿠오(福市得雄) 렉서스인터내셔널 사장은 최근 “100명이 그럭저럭 만족할 디자인 대신 한 사람이라도 열광할 수 있는 디자인을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패밀리룩은 브랜드의 역사를 대변하기도 한다. 지프의 ‘7슬롯 그릴’(7개의 세로선이 나란히 서있는 그릴)이 대표적이다. 1941년 2차 세계대전 당시 윌리스오벌랜드가 미국 국방부에 납품한 최초의 지프 모델인 ‘윌리스 MB’는 9슬롯 그릴 형태였다. 이것이 세월이 지나면서 7슬롯으로 정착됐다.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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