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산뜻한 디자인에 운전재미 만끽… 하이브리드 새 역사 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3일 03시 00분


[CAR 톡쇼 석동빈 기자의 DRIVEN] 현대차 아이오닉

하이브리드 전용 자동차는 세계에서 도요타의 ‘프리우스’ 플랫폼이 유일했다. 대항마였던 혼다 ‘인사이트’의 생산이 2014년 중단됐기 때문이다. 기술력이 뛰어난 혼다도 결국 15년간 프리우스와 치른 장기전에서 상처만 입고 물러난 것이다. 이로써 도요타는 하이브리드 전용 자동차 분야에선 ‘천상천하 유아독존’ 수준의 지위를 확보하는 듯했다. 현대자동차가 ‘아이오닉 하이브리드’로 도전장을 던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생각보다 경쟁자의 ‘내공’이 만만치 않다고 판단한 도요타는 최근 연구소에 아이오닉 대응팀까지 만들었다. 과연 아이오닉이 백전노장인 프리우스와의 겨루기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다양한 테스트를 해봤다.

디자인에선 아이오닉 ‘우세승’

하이브리드 전용 모델의 최우선 가치는 ‘연료소비효율(연비)’이다. 공기저항을 적게 받고, 배터리를 적절히 배치해 실내 공간 효율성을 살리려다보니 프리우스 같은 어색한 디자인이 탄생했다. 못생겨도 연비만 좋으면 된다는 식이었다.

아이오닉도 기본적인 디자인 구성은 프리우스처럼 허리가 긴 해치백 스타일이지만 높이 솟은 뒷모습과 심심한 허리 라인을 최대한 성형해서 산뜻한 분위기를 약간 살려냈다. 범퍼 하단에는 친환경차를 상징하는 파란색 라인을 넣었고, 측면 하단에는 공기저항에서는 손해를 보더라도 볼륨감을 살려주는 사이드 가니시를 추가했다. 무엇보다 전체적인 디자인 완성도를 높였다는 점이 중요하다.

인테리어는 프리우스와는 반대의 개념으로 접근했다. 도요타는 프리우스의 기어레버, 계기반, 대시보드 등의 디자인과 사용자환경을 일반 자동차와 확연한 차별이 되도록 구성한 반면 현대차는 아이오닉을 가급적 일반 승용차처럼 꾸몄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라는 선입견 없이 편안하게 구입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타깃 소비자층을 넓히려는 계산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하이브리드 단점 일부 극복

하이브리드 전용 모델의 단점은 연비에만 집중한 나머지 승차감이나 운전 재미가 크게 떨어진다는 점이다. 무게를 줄여 연비를 높이려다보니 비슷한 크기의 세단형 모델보다 방음재를 적게 넣고 얇은 유리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감량을 해도 배터리 무게 때문에 동급의 일반 가솔린 모델 대비 100kg 정도 차체가 무겁다. 무거운 만큼 차가 쉽게 흔들리기 때문에 이를 줄이기 위해 차체를 떠받치는 서스펜션도 단단하게 만들어서 탑승자에게 노면 충격이 거칠게 전달됐다.

아이오닉은 프리우스의 그런 단점들을 개선하는 데 집중했고 어느 정도 성공했다. 방음성능은 아무래도 동급인 ‘아반떼’에 비해선 떨어지지만 일반 소형차 수준은 넘어섰다. 커브길에서 무겁고 느리고 둔하게 반응하던 다른 하이브리드 모델과 달리 일반 준중형급 세단과 비슷한 수준이다. 승차감과 핸들링을 개선하기 위해 뒤 차축을 일체형 방식의 토션빔이 아니라 좌우 독립형 멀티링크를 넣은 효과를 봤다. 차체 일부에 알루미늄을 사용하고 초고장력 강판 사용비율을 높이는 동시에 무게가 가벼운 리튬폴리머배터리를 낮게 깔아 차의 무게중심을 낮췄다.

시승차로 나온 모델의 17인치 휠에는 승차감과 운전성을 함께 고려한 타이어인 미쉐린 ‘프라이머시’가 끼워져 있었다. 15인치 휠엔 연비를 중시한 미쉐린 ‘에너지세이버’ 타이어가 들어간다.

고속주행 안정감도 하이브리드 전용 모델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좋아졌다. 테스트 트랙에서 시속 190km까지 올려도 의도하는 대로 차로 변경이 가능할 정도로 고속 조향감에도 신경을 썼다. 전체적으로 지난해 단종된 프리우스 3세대보다 승차감과 핸들링, 고속주행 안정성이 좋았다. 최근 발표된 프리우스 4세대 모델과 정면승부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동력성능과 연비도 합격점

아이오닉의 엔진 배기량은 1.6L로 프리우스보다 0.2L 낮고, 모터 출력도 43.5마력으로 프리우스의 절반 수준이어서 1.4t에 이르는 차체를 끌기에는 조금 부족할 것으로 예상했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한 결과 9.8초로 아반떼 1.6L 모델의 10.5초보다 오히려 빨랐다. 피부로 느껴지는 가속감은 빠르지 않았지만 실제 시속 100km까지의 가속 시간은 2.0L급 중형차와 비슷했다. 하지만 전기모터의 도움을 크게 받지 못하는 시속 100km 이상에서 가속력은 1.4L급 소형차와 비슷했다.

연비는 일반적인 교통 흐름을 보이는 서울 시내에서 L당 17km가 나왔고, 시속 80km로 달리는 자동차전용도로에선 L당 22km까지 올라갔다. 고속도로에서 시속 100km로 정속주행할 때는 L당 20km가 나왔다. 프리우스에 비해선 5% 정도 연비가 떨어지는 결과가 나왔다.

브레이크의 성능은 전체적으로 평범했지만 정지 직전에 살짝 제동거리가 길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하이브리드 모델은 브레이크에 발을 올리면 일반적인 브레이크 시스템에다 발전기가 물려 전기를 생산하면서 제동효과를 내는 ‘회생제동’도 함께 더해진다. 그런데 시속 10km 이하로 떨어져 정지하기 직전에는 이 회생제동이 분리되면서 살짝 밀리는 느낌을 준다. 프리우스에도 동일하게 발생했던 문제인데, 제동 프로그램 개선을 통해 브레이크의 이질감을 좀 더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보증기간으로 승부수

아이오닉의 단기적인 성능이 아무리 좋아도 처음 내놓은 하이브리드 전용 모델이다보니 안정적인 유지가 가능할지에 대해선 확신하기 힘든 것이 소비자의 마음이다. 현대차는 이 같은 우려를 감안해 다양한 보증 프로그램을 내놨다.

아이오닉을 최초 구매한 개인 고객에게는 배터리 평생 보증, 하이브리드 모터 등은 10년 20만 km 무상 보증의 혜택을 준다. 게다가 구입 후 30일 이내에는 타 차종으로 교환이 가능하고, 1년 이내 큰 사고가 나면 새 차로 교환해준다.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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