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이 환율 급변동에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미국이 한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그렇게 볼 수 없다”며 낙관적인 견해를 내비쳤다.
유 부총리는 22일 인천국제공항 수출입청사에서 열린 전국 세관장회의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환율에 급격한 변화가 있으면 신속하고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유 부총리는 “(환율은) 시장에서 결정되는 것이지만 지금은 (변동성을) 살펴봐야 할 시기”라면서 “앞으로 어떻게 변화하는지 지켜보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과 같은 1234.4원에 거래를 마치며 5거래일 만에 상승세가 멈췄다. 한국은행과 기재부가 19일 외환시장에 공동 구두개입에 나선 데 이어 유 부총리가 재차 개입성 발언을 하면서 가파른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중장기적으로 오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 금융시장 불안으로 달러화 등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높아진 데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커진 점도 원화 약세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박형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대(對)중국 수출 등이 회복되는 등 한국 경제의 여건이 획기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환율 상승세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 부총리는 최근 정부의 환율 대응이 미국의 의심을 사 환율 조작국 지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봤다. 유 부총리는 이날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최근의 환율 움직임을 보면 (환율 조작이 없었다는 것을) 쉽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며 “미국에 충분히 소명하겠다”고 말했다.
미국 의회는 지난해 12월 자국에 유리하게 환율을 조작한 나라에 경제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규정한 ‘베닛-해치-카퍼(BHC) 수정법안’을 가결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을 하면 곧바로 발효된다. 일각에서는 최근 수년간 미국 재무부가 환율보고서에서 “한국이 원화가치 상승을 막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했다”고 지적한 점을 들며 한국이 BHC 법안의 타깃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다.
대북 리스크와 관련해 유 부총리는 “북한 문제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주요 신용평가사들도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는 의견을 피력했다”고 말했다. 유 부총리는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세계 7위 수준이고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 등을 들며 “외부 충격에 대응할 역량이 충분하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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