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례 없는 통신(SK텔레콤)과 방송(CJ헬로비전)의 결합을 앞두고 여론수렴을 위한 2번째 공청회를 24일 열었다. 하지만 합병 이슈가 장외 여론전을 넘어 정치권으로까지 비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주관 부서인 미래창조과학부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어 논란을 빚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24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더케이서울호텔에서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에 대한 공청회를 열었다. 1차 공청회 때는 M&A분야 교수들만 참석했다. 하지만 이날 공청회에는 학계뿐만 아니라 해당사업자와 시민단체, M&A로 영향을 받는 케이블TV협회 이해관계자 등이 모두 참석하면서 행사장은 200여 명이 넘는 인원들로 꽉 들어찼다.
●팽팽한 찬반양론
이날 공청회는 ‘합병이 경쟁을 제한하는지’ 여부와 ‘방송의 공익성 및 발전에 끼치는 영향’ 등 두 분야로 나눠 발제와 토론이 이뤄졌다.
첫 번째 세션에서 반대론자들은 이동통신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이 케이블TV 1위이자 알뜰폰 1위인 CJ헬로비전을 인수하면 결합상품을 매개로 통신, 방송에 걸쳐 SK텔레콤의 시장 지배력이 과도하게 커질 것을 우려했다. 그 경우 경쟁을 촉진하려는 정부 통신정책의 근간이 흔들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결국 요금 인상으로 이어져 소비자에게 피해로 돌아간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반면 찬성 측은 M&A를 해도 SK텔레콤의 시장 점유율은 미미하게 상승해 이동통신이나 방송,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의 지배력 변화가 거의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만약 지배력이 커져도 사후 규제로 보완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또 합병 이후에 결합상품을 중심으로 요금 인하 경쟁이 이뤄지면 소비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방송의 공익성 및 발전에 끼치는 영향도 의견이 엇갈렸다. 반대 측은 “대기업이 지역채널의 보도기능을 수행해 지역 선거나 일상의 여론 형성에 영향을 끼쳐 공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반발했다.
찬성 측은 “이미 케이블TV의 지역채널 역할이 유명무실해진 만큼 건전한 국내 자본을 투입해 케이블방송의 품질을 개선하면 소비자 복지후생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유료방송 플랫폼이 커지면 콘텐츠 산업의 생태계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여론전으로 치닫는 M&A 결정
당초 이번 M&A는 ‘경쟁을 제한해 소비자의 이익을 훼손하는지’ 여부와 ‘향후 국내 방송 산업에 끼칠 영향’이 어떠한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하지만 최근 이해당사자 뿐 아니라 시민단체까지 M&A 관련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본질은 사라지고 여론전으로 치닫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5일 참여연대가 합병 반대입장을 밝힌데 이어 14개 이해관계자 및 시민단체로 이뤄진 ‘방송통신 공공성 강화와 이용자 권리보장을 위한 시민실천행동’도 최근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동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20대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시민단체와 정치인들까지 합병에 대해 자신만의 목소리를 낸다면 정부가 여론 동향을 살핀 정책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공청회에서도 미래부가 정책 방향을 밝히지 않아 참석자들은 “정부가 너무 몸을 사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내놓기도 했다. 미래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찬반양론을 충분히 들어본 뒤 결정을 내리겠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한편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이날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을 만나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당초 권 부회장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6’에 참여할 예정이었으나 이번 주에 M&A와 관련된 주주총회가 예정돼 있자 MWC의 참여를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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