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군 수요 많은 서초-양천구 중심… 연휴 前보다 40%이상 거래 늘어
2월 들어 집값 하락세 돌아서자… 매매 대신 전월세로 수요 몰려
겨우내 큰 움직임이 없던 서울 아파트 전월세 시장이 최근 기지개를 켜고 있다. 설 연휴가 지나면서 거래량이 전달보다 25% 이상 늘어나고 있다. 대출 규제 등의 시장 악재에 집을 살지 말지 고민하던 수요자들이 집값 하락 우려에 봄 이사철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전월세 시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서울시에 따르면 이달 서울의 일평균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은 514건으로 지난달(404건)보다 25% 이상 늘었다. 이달 1∼24일 신고된 전월세 거래량(1만2348건)이 지난달 전체 거래량(1만2542건)과 비슷한 규모다.
특히 설 연휴가 끝난 이달 중순부터 전월세 거래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설을 낀 이달 1∼12일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은 5143건이다. 반면 13∼24일엔 7205건이 신고돼 앞선 12일보다 거래량이 40% 이상 늘었다.
지역별로는 서초구, 양천구 등 학군 수요가 많은 곳에서 임대차 거래가 활발하다. 이달 1∼24일 서초구와 양천구에서는 각각 894건, 774건의 전월세 거래가 신고돼 이미 지난달 거래량을 넘어섰다. 위례신도시를 중심으로 전세 매물이 늘고 있는 송파구의 이달 하루 평균 전월세 거래량도 지난달보다 30% 정도 늘었다. 주택 매매는 물론이고 전월세 거래까지 얼어붙었던 지난달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지난해 12월 미국 기준금리 인상과 잇달아 나온 주택담보대출 규제의 영향으로 연초에 수요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강남구 등 일부 지역의 전세금이 한때 하락세를 보이기도 했다.
반면 주택 매매시장은 여전히 한겨울이다. 이달 서울의 하루 평균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161건으로 지난달(177건)보다 오히려 줄었다. 설 연휴가 끝난 이후인 13∼24일 서울의 매매 거래량은 2063건으로 1∼12일(1809건)보다 14% 늘어나는 데 그쳤다.
특히 이달 들어 서울 아파트값이 1년 8개월여 만에 하락세로 바뀐 게 수요자들의 구매 심리를 위축시킨 것으로 보인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달 둘째 주(2월 9∼15일) 서울 아파트 매매 시세는 2014년 6월 셋째 주(17∼23일) 이후 86주 만에 0.01% 떨어졌다. 2월부터 수도권에 적용된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집값 하락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안명숙 우리은행 고객자문센터장은 “최근 전월세 거래량이 크게 늘어난 서초·양천구 등은 전세금이 서울 웬만한 지역의 매매가와 맞먹는 곳”이라며 “구매력이 충분한 이 지역의 수요자들도 집값 전망을 어둡게 보고 주택 구매를 미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급 물량 과잉 우려도 여전하다. 지난달 전국의 신규 아파트 인허가 실적이 4만7536건으로 지난해 같은 달(3만3271건)보다 40% 이상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이런 요인들을 감안할 때 임대차 시장으로의 ‘쏠림 현상’이 1분기(1∼3월) 내내 지속될 것으로 보면서도 금리 인하가 변수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센터 실장은 “지난해 집값이 많이 뛰면서 투자자뿐만 아니라 실수요자들도 대출을 끼고 집을 사는 경우가 늘었다”며 “기준금리 인하로 대출 규제 효과가 줄면 실수요를 중심으로 매매 시장이 살아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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