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출범 3주년을 하루 앞둔 어제 한국은행은 지난해 말 가계부채가 사상 최대인 1207조 원에 이르렀다고 발표했다. 취임 전 1000조 원 미만이던 부채가 연평균 81조 원씩 증가했다. 외환위기 이후 18년 동안 연평균 증가액이 55조 원이었으니 현 정부의 부채 관리정책은 실패한 셈이다. 전반적인 경제정책과 관련해 박 대통령은 어제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정책 추진 체계를 일자리 중심으로 재구성하는 등 거시경제 패러다임을 고용률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성장 중심의 정책을 일자리 중심으로 수정하겠다는 의미다.
가계부채 축소와 성장 중시 정책은 현 정부 경제정책의 중요한 기둥이었다. 박 대통령은 2012년 대선 당시 “가계부채 부담을 줄여 집집마다 행복의 웃음이 피어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가계부채는 잠재성장률 4%, 고용률 70%, 국민소득 4만 달러라는 ‘474’ 비전 달성이 힘들어진 큰 원인이 됐다.
가계부채 축소 공약이 무위로 돌아감에 따라 현 정부의 지지기반인 5060세대의 박탈감이 커졌다. 대출 규제 완화를 ‘빚내서 집을 사도 괜찮다’는 신호로 받아들여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던 50대 회사원, 퇴직금에다 은행 대출을 더해 장사를 시작했다가 한파에 내몰린 60대 자영업자는 모두 보수 정권이 경제만은 살릴 것이라는 믿음 때문에 표를 찍었다. 그러나 “창조경제에서 성과를 이뤄냈다”는 박 대통령의 현실과 동떨어진 발언(23일 공무원상 시상식)이나 “올해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할 것”이라는 정부의 안이한 분석(24일 합동브리핑)은 국민의 분노를 살 정도다.
박 대통령의 최대 실책은 개혁에 드라이브를 걸어야 할 첫해, 현오석 전 경제부총리 같은 리더십이 떨어지는 인물을 경제부총리로 중용해 골든타임을 낭비한 점이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남은 시간은 10개월뿐이다. ‘국회에 발목이 잡혀 일을 못하겠다’는 변명도 한두 번이다. 이제라도 자영업자 등 저신용자의 고위험 대출을 관리하는 동시에 고부가가치 산업의 비중을 높이는 구조개혁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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