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쩌우추취(走出去·해외 진출)’는 중국어로 ‘밖으로 걸어 나간다’는 의미다. 중국은 쩌우추취를 내세워 해외 첨단 기술회사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정부의 정책 방향에 맞춰 해외 차세대 기술 개발회사들을 찾아 투자하기 시작했다. 중국 현지의 투자 자본들도 적극 동참하고 있다.
지난달 미국 현지회사 투자 건으로 실리콘밸리에 출장을 다녀왔다. 중국 쩌우추취의 위력은 실리콘밸리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투자 검토 중인 현지 회사는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차세대 모바일 의료서비스기술 개발 회사다. 이 회사는 1000만 달러(약 123억 원)의 투자자금을 모으고 있다. 중국 투자사들이 미국 벤처캐피털(VC)들을 제치고 이번 투자를 주도하고 있다. 이 회사가 중국 자금을 유치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기술 개발을 끝내고 중국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중국에서 사업을 진행하려면 중국 투자사들의 지원이 필요하다.
중국 투자사들의 실리콘밸리 투자는 낯선 일이 아니다. 중국 투자 자본은 막대한 자금력과 거대한 중국 시장 진출 지원을 명분으로 세계 각처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은 1200억 달러 상당의 자금을 해외에 직접 투자한 것으로 집계됐다. 과거 자원 개발, 부동산 및 전통적인 산업 중심으로 해외 투자를 해왔지만 지난해부터는 하이테크 정보, 정보기술(IT) 산업 등으로 투자 분야가 급격히 바뀌고 있다. 가상현실(VR), 전기차, 빅데이터, 생체인식, 신약 개발 등 차세대 기술 산업도 중국 기업의 투자 관심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은 새로운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 중인 초기 스타트업 기업에 대한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알리바바는 지난해 미국 이스라엘 인도 등의 하이테크 기술 개발 기업 6곳에 5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투자했다. 텐센트도 미국의 VR, 의료기술 개발 스타트업 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화웨이는 해외투자팀을 별도로 만들어 관련 기술 개발 업체들을 발굴하고 초기 투자 및 전략적 제휴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중국 투자 자본들도 해외 동반 투자 기회를 확보하고 본격적으로 가세할 것으로 보인다.
2016년은 중국의 13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시작되는 원년이다. 지금 중국은 경제의 패러다임이 통째로 바뀌는 시기에 와 있다. 과거 제조업 중심의 경제에서 IT, 소비 중심 경제로의 전환이 추진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여러 정책과 전략을 내놓으며 이러한 변화를 유도 및 장려하고 있다. 쩌우추취 전략 역시 이 중의 하나다.
한 국가의 경제 패러다임 전환에는 진통과 후유증이 뒤따른다. 최근 중국의 경제 성장 속도는 과거보다 떨어졌고, 전통산업 분야의 기업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중국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미래의 도약을 위한 불가항력적인 변화에 따른 성장통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이번에 실리콘밸리를 돌아본 결과 중국은 분명히 쩌우추취 중이었다. 중국은 차세대 하이테크를 주도하는 강국을 목표로 한걸음씩 밖으로, 앞으로 걸어 나가고 있다. 우리는 어떠한가. 대한민국은 지금 미래를 향해 앞으로 걸어 나가고 있는가.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