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미운오리’ 삼성제품… 1993년 1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신경영 선언을 촉발시켰던 미국 캘리포니아의 베스트바이 어바인 매장. 소니(438달러), 필립스(418달러)보다 아래쪽에 위치한 삼성전자(348달러) TV 가격표.
《 1993년 1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임원진 23명과 함께 미국 최대 가전양판점인 베스트바이 어바인(캘리포니아 주) 매장을 찾았다. 삼성 제품을 찾는 이 회장의 눈에는 GE와 월풀, 소니 등 해외 브랜드들만 들어왔다. 삼성 제품은 잘 보이지도 않는 구석에 먼지를 뒤집어쓴 채 쌓여 있었다. 가격이 경쟁사에 비해 100달러 가까이 저렴한데도 찾는 사람이 없어서였다. 미국 전자 매장에서 예상치 못한 큰 충격을 받은 이 회장은 귀국 후 고민 끝에 신경영 선언을 하게 된다. 》
이젠 ‘백조’로… 최근 미국 시애틀의 한 가전매장에서 직원이 손님들에게 삼성전자 냉장고와 오븐을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그로부터 23년이 지난 24일(현지 시간) 오후 미국 뉴욕 맨해튼 베스트바이 매장 가전 코너에서 만난, ‘모니카’라고만 이름을 밝힌 40대 백인 여성은 “휴대전화는 애플 아이폰을 쓰지만 세탁기 냉장고 등 주방 가전은 전부 삼성 제품을 쓴다”고 말했다. 전날 개관한 미국 뉴욕 맨해튼 첼시마켓 인근 삼성 뉴욕 마케팅센터에서 만난 한 흑인 중년 여성도 “주부들에게 삼성 세탁기나 냉장고는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프리미엄 주방 제품’으로 각인돼 있다”고 밝혔다.
23년 전 천덕꾸러기 신세였던 삼성전자가 미국 가전 시장에서 무서운 속도로 성장해 지난해 4분기(10∼12월) 사상 처음 1위에 올랐다. 미국가전제조사협회(AHAM)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전체 가전 시장은 2014년 대비 9.7% 성장(출하 대수 기준)했다. 같은 기간 미국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39.1% 성장해 전체 시장 성장률을 웃돌았다. 특히 총 1640만 대 규모인 세탁기 시장의 경우 전체 시장이 6.6% 성장할 동안 삼성전자는 40%대로 성장했다.
지난달 말 미국 시장조사업체 트랙라인 조사 결과에서도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16.6%의 시장점유율로 처음 미국 1위를 차지했다. 4분기 선방에 힘입어 지난해 전체 시장점유율은 14.9%로 전년도 5위에서 3계단 껑충 뛰어 1위 월풀(16.4%)의 뒤를 바짝 쫓았다. 3위는 GE(15.5%), 4위는 LG전자(13.5%), 5위는 켄모어(13.2%)였다.
글로벌 전자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기세를 이어간다면 올해 연간 1위도 기대해 볼 만하다는 평이 나온다. 주요 제품의 시장점유율이 지난해 4개 분기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1위인 냉장고의 경우 역대 분기별 최고점유율인 19.4%로 미국 시장에서 3년 연속 1위를 달성했다. 세탁기는 월풀에 이어 2위에 올라섰다. 세탁기 역시 지난해 미국 시장에 내놓은 액티브워시 세탁기의 판매가 호조를 보이면서 4개 분기 연속 시장점유율 상승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액티브워시 덕에 전자동세탁기 부문에서 처음으로 두 자릿수 점유율(12.3%)을 기록하기도 했다. 드럼세탁기 부문 역시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가전전시회(CES)에서 공개된 애드워시 드럼세탁기가 미국 시장 판매를 앞두고 있어 전망이 밝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비자 평가도 좋다. 미국 최대 소비자단체인 미국소비자연맹이 발간하는 컨슈머리포트는 최근 생활가전 추천제품 22개 중 7개를 삼성전자 제품으로 꼽았다. 프렌치 냉장고와 양문형 냉장고, 드럼세탁기, 전자동세탁기, 건조기, 가스오븐 등이다. 나머지는 켄모어 6개, 월풀·GE 2개, LG전자 1개 등으로 삼성전자보다 추천모델이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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