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증가율 반토막… 불안감에 지갑도 굳게 닫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7일 03시 00분


통계청 ‘2015년 가계동향’ 발표

직장인 이모 씨(35)는 지난해 연봉이 소폭 오르자 곧장 연금저축보험에 가입했다. 연말까지 400만 원을 납입해 올해 연말정산에서 13.2%의 세액공제를 받았다. 해외여행을 자제했기 때문에 신용카드 사용액은 지난해보다 200만 원가량 줄어들었다. 이 씨는 “노후 대비를 위해 최대한 씀씀이를 줄일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경기 침체 여파로 지난해 가계 소득은 찔끔 오른 반면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소비심리는 급격히 얼어붙은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통계청의 ‘2015년 가계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37만3000원으로 1년 전보다 7만1000원(1.6%) 증가했다. 이는 2014년 소득 증가율(3.4%)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9년(1.2%)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봉급생활자들이 벌어들인 근로소득은 1.6% 증가했지만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자영업자들의 사정이 나빠져 연간 사업소득(―1.9%)은 처음으로 감소했다.

주머니가 얇아지면서 지갑은 더욱 굳게 닫혔다.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액은 256만3000원으로 전년보다 0.5% 증가하는 데 그쳤다.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실질 소비지출은 오히려 0.2% 줄었다. 그 결과 연평균 가처분소득 대비 소비지출액 비율인 ‘소비성향’은 지난해 71.9%로 전년보다 1.0%포인트 하락했다.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가계가 돈을 번 만큼 쓰지 않아 흑자가 생기는 ‘불황형 흑자’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해 월평균 가계 흑자액은 100만 원으로 전년보다 5만3000원(5.6%) 늘었다. 가처분소득 대비 흑자액을 나타내는 흑자율은 2014년 27.1%에서 2015년 28.1%로 높아졌다.

다만 소득 양극화는 다소 해소됐다. 지난해 최상위 20% 소득을 최하위 20% 소득으로 나눈 ‘5분위 배율’은 4.22배로 2003년 전국 단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낮았다. 김보경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기초연금 등 정부의 이전 지출이 늘어나고 경기 둔화로 고소득층의 사업소득 증가율이 낮아져 소득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가계#동향#통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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