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계의 주거비가 월평균 7만4200원으로 전년보다 20.8%나 급등했다는 통계청 가계 동향 분석이 나왔다. 2013년 7.0%, 2014년 4.0%에 이어 2015년 역대 가장 높은 증가세다. 주거비에는 월세만 포함되고 자가(自家) 가구나 전세 가구의 주거비는 0원으로 계산되기 때문에 월세 가구만 떼어낸 실제 주거비 부담은 더 높을 것이다.
저금리가 계속되면서 한국 고유의 임대제도인 전세는 씨가 마르는 추세다. 지난해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대거 전환한 데다 급등한 전세금을 감당하기 힘들어진 세입자들이 월셋집에 입주하면서 임대차 거래 중 44.2%가 월세인 ‘신(新)월세 시대’가 됐다. 정부가 2014년 말부터 ‘월세 중심으로 시장이 바뀌고 있다’고 강조하니 집주인들도 수익 면에서 더 유리한 월세로 자연스럽게 돌아선 측면이 있다.
소득은 찔끔 증가하는데 월세 전환이 늘어나 주거비 부담이 커지면 소비가 위축되면서 경제성장률은 더 떨어질 공산이 크다. 그런데도 정부가 전월세 대책을 내놓기를 주저하는 이유는 정책 효과에 자신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임대아파트 공급을 늘리는 기존 대책이 효과를 거두지 못한 마당에 비슷한 대책을 또 내놨다가는 총선에 불리하다는 계산도 정부 내부에서 분주히 오간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열흘 전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이 “전월세 시장에 이상 징후가 없다”고 말하는 식의 현실인식은 세입자의 절망감을 키울 뿐이다. 임대차시장이 변하는 과도기에는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을 덜어주도록 지원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국민주택기금 등을 활용한 저리 대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범위를 확대하고 월세 전환 이율 상한선이 실질적으로 작동하도록 보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영국 프랑스 독일처럼 정부가 통계를 바탕으로 월세 관련 정보탐색-계약-입주·관리 등의 인프라를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월세 주거비가 1년 만에 20% 이상 급등했는데도 국토부가 손놓고 있다면 대체 누가 나서야 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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