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절벽에 몰린 한국’이라는 기사 제목이 아프게 다가왔다. 지난해 수출이 하락세로 돌아서고, 올해 1월 수출이 18.8% 줄어들면서 최근 우리 수출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세계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저유가와 국제 금융시장 불안 등이 지속되면서 수출에 악영향을 미친 것이다. 13대 주력 품목의 수출이 모두 마이너스 증가율로 돌아섰다. 유럽연합(EU)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수출이 줄었다.
이런 상황은 한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세계 교역량의 감소로 대부분의 국가가 우리와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나마 지난해 한국의 수출 감소 폭인 8.0%는 상대적으로 괜찮은 편이었다. 최근 세계무역기구(WTO)는 지난해 미국, 독일, 일본, 중국 등 세계 수출 10대 국가의 수출이 모두 감소하였다고 발표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한국의 수출 순위가 프랑스를 넘어 6위로 한 계단 상승했다는 점이다. 한국이 영국, 이탈리아 등 유럽 지역 다른 선진국들보다는 이미 앞섰지만 이번에는 산업 강국 프랑스보다 수출을 더 많이 한 것이다. 전체 면적이 한반도의 2배 반, 인구가 7000만 명이나 되는 대국이며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4만 달러가 넘는 나라가 프랑스이다. 1950년대 이후 과학 분야에서 노벨상 수상자를 21명이나 배출한 과학 강국이다. 포천지가 선정한 세계 500대 기업에 31개 사가 포함되어 세계 4위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와인, 화장품뿐만 아니라 항공기, 자동차, 원자력, 화학 산업 분야에서도 세계 최고의 수준을 자랑하며 수많은 제품을 세계 각국에 수출하고 있다.
최근 양적인 측면에서 수출 감소라고 하는 어두운 면이 부각되는 가운데 수출 6위 강국으로 진입한 것은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중소·중견 기업의 수출 비중이 늘어난 것과 더불어 질적인 측면에서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이제 세계에서 한국보다 수출을 더 많이 하는 나라는 인구 대국인 중국, 세계 최강국인 미국, 제조업 강국인 독일과 일본 그리고 중개무역의 대명사인 네덜란드뿐이다. 1960년대 세계 최빈국 중 하나에서 반세기 만에 6위의 수출 대국으로 우뚝 선 한국의 저력에 세계가 다시 한번 놀라고 있다.
그러나 수출의 앞날은 여전히 험난한 여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저성장 기조 속에서 공급 과잉과 보호무역은 세계 교역의 증가를 둔화시키고 있다. 저유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수출 단가는 하락 압력을 계속 받고 있다. 신흥국 수요가 회복되지 않아 물량까지 감소하고 있다. 중국 등 경쟁국들의 기술은 이미 우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까지 올라섰다. 한마디로 설상가상 국면이다. 신발 끈을 동여매고 비상한 각오로 이 어려움을 헤쳐 나가야만 한다.
수출은 항상 우리 경제의 성장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 왔다. 1, 2차 오일쇼크와 외환위기, 2000년대 말 글로벌 금융위기에서도 우리 경제를 지탱한 원동력은 수출이었다. 위기 때마다 기업과 정부가 함께 노력하여 기회산업을 발굴하고 틈새시장을 공략한 결과이다. 한국인들에게는 위기를 극복하는 특별한 유전자(DNA)가 있다는 말이 외국인 사이에서 회자된 적이 있다. 세계 6위의 수출 강국이란 소식이 우리의 특별한 DNA를 다시 발휘하여 막다른 절벽에 선 수출이 날개를 달고 공중으로 훨훨 나는 신호탄이 되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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