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금 회장 “정수기 렌털 성공신화 다시 한번”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일 03시 00분


터키에 관련법인 세워 재기 시동… 화장품사업도 본격화

‘월급쟁이 창업 성공 신화’의 주역이었던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터키에서 재기를 모색하고 있다. 4년 전 그룹이 위기에 빠지자 정리했던 주요 사업을 다시 확장하고, 화장품 사업도 본격화한다. 이와 함께 윤 회장의 두 아들이 본격적으로 경영 전면에 나선다.

웅진그룹은 터키의 정수기 렌털 현지 법인인 ‘에버스카이’와 화장품 전문기업 ‘웅진릴리에뜨’를 설립했다고 29일 밝혔다.

웅진그룹은 계열사 경영진 인사도 단행했다. 에버스카이에 앞서 지난해 해외에 정수기를 공급할 목적으로 설립한 웅진에버스카이 대표이사에 윤 회장의 장남인 윤형덕 전무(39)를 선임했다. 윤 전무는 외국산 화장품을 국내에 유통시키는 계열사인 웅진투투럽의 대표이사를 겸한다. 웅진씽크빅 대표에는 차남인 윤새봄 전무(37)를 선임하고 웅진플레이도시 대표에는 이정훈 상무(44)를 내정했다.

웅진그룹 측은 “윤형덕 대표는 정수기 사업 등 신사업을 키우고 윤새봄 대표는 기존 사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전했다.

2세들을 핵심 계열사 대표로 내세운 것은 윤 회장이 침체됐던 그룹의 도약을 본격적으로 도모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윤 회장은 1980년 웅진출판(현 웅진씽크빅)을 설립한 후 1988년 웅진식품, 1989년 웅진코웨이(현 코웨이), 2006년 웅진에너지 등을 잇따라 세웠다.

이후 극동건설, 서울저축은행 등을 사들이며 그룹 규모를 재계 32위까지 키웠다. 하지만 건설경기가 나빠진 2012년에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재무구조가 악화됐다. 윤 회장은 이듬해 1월에 코웨이, 12월에 웅진식품 등 핵심 계열사를 팔아야 했다.

웅진은 한국에서 성공한 정수기 렌털 사업 모델을 터키에 안착시킬 계획이다. 지난해 터키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만 달러 정도다. 웅진이 정수기 렌털 사업을 시작한 1998년의 한국 상황과 비슷하다. 웅진 관계자는 “한국 제품에 대해 터키인들이 우호적이라서 사업 전망이 밝다”고 밝혔다.

이번 터키 진출을 두고 업계에서는 웅진이 국내 정수기 사업을 재개하려는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웅진 측은 “국내 정수기 사업은 검토한 바 없다. 현실적으로 당장 국내 사업을 다시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웅진은 2013년 1월 코웨이를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에 매각하면서 국내 정수기 사업을 겸업금지 사업군으로 정했다. 이 계약에 따르면 웅진은 코웨이가 영위하는 정수기 공기청정기 비데 등 6개 사업군에 대해 2018년 1월까지 진출할 수 없다. 단, 코웨이가 진출하지 않은 해외 국가는 예외로 뒀다. 코웨이는 당시에 미국 중국 말레이시아 태국에 현지 법인이 있었다. 코웨이 관계자는 “사업 노하우를 가진 웅진이 국내에서 렌털 사업을 재개할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걱정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한편 웅진릴리에뜨는 온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화장품 판매 사업을 한다. 전통적인 화장품 방문판매가 영업사원이 고객을 직접 찾아 제품을 판매하는 식으로 이뤄졌다면, 웅진릴리에뜨는 판매 과정을 온라인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페이스북 카카오톡 등을 통해 시제품을 사용하기 위한 쿠폰을 제공하고 상담도 해준다. 윤 회장은 화장품 사업을 중국으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로 1월에 중국 유통그룹인 랑시와 협업하기로 했다. 윤 회장은 1988년 코리아나화장품의 모태인 사랑스화장품을 설립해 업계 2위의 화장품 기업으로 키운 바 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웅진#정수기#렌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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