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핀란드 수출 물량의 20%를 책임지며 세계 휴대전화 시장에서 40%를 육박하는 점유율로 호령하던 회사가 있었다. 노키아다. 혁신의 대명사로 군림하던 노키아가 순식간에 몰락한 이유는 자기 기술에 대한 지나친 확신, 높은 시장점유율에 대한 자만, 스마트폰 기술 혁신을 이루고도 상용화하지 못한 판단의 오류, 협업 대신 독자 노선만을 고집한 시대착오적 상황 인식 등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우리가 더 궁금해하는 건 ‘경영진은 대체 뭘 하고 있었기에 1등 기업이 그렇게 되도록 아무 손도 써보지 못했나’가 아닐까 싶다. 최근 핀란드 알토대와 프랑스 인시아드 경영대학원 연구진이 공동 발표한 논문이 그런 질문에 답해준다. 연구진은 노키아가 정점에 있었던 2005년부터 몰락이 시작된 2010년까지 회사 내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내기 위해 최고경영진, 중간관리자, 외부 전문가 등 74명을 인터뷰했다.
속사정은 다음과 같았다. 첫째, 인구 540만여 명에 불과한 소국 핀란드에 기반을 둔 노키아는 다른 글로벌 첨단기업과는 달리 위계적 조직구조를 갖고 있었다. 구성원들이 관계지향적·관계의존적인 조직이었다. 둘째, 최고경영진은 노키아에 닥쳐올 위기를 체감했고 대응책을 모색하려 했지만 역량이 부족했다. 그래서 중간관리자들을 압박했다. 중간관리자들은 최고경영진의 압박을 받고 자신의 지위와 미래에 대한 공포를 느꼈다. 셋째, 최고위층은 더욱 공격적이고 감정적으로 변했고 중간관리자들은 더욱 움츠러들었다. 이는 사태의 본질을 희석시키고 상하로의 정보 전달이 왜곡되는 현상을 심화시켰다. 사태를 타개해 나갈 협력과 단결이 이뤄질 수 없었다.
결국 노키아는 혁신이나 기술에 뒤처져서 몰락했다기보다는, 위기를 알고도 각 계층의 관리자가 자신이 살 궁리만 하고 책임 전가만 하느라 제대로 대응을 못했던 것이다. 조직 내부의 구조적 문제가 결국에는 화를 키운 것이다. 자유로운 소통을 통한 조직의 결속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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