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여유로운 은퇴 후 생활을 꿈꾸지만 현실은 냉정하다. 이 시대 한국의 부모들은 자녀 교육과 부모에 대한 부양 문제로 은퇴 준비에 소극적이다. 사회보장제도 역시 한국의 급속한 고령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은퇴 후 ‘소득 절벽’의 기로에 선 노년층의 빈곤에 대한 뉴스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런 뉴스를 접했을 때 “내 얘기는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한국인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한국인이 소득절벽 이후의 삶에 머물러야 하는 시간이 점점 더 길어지고 있다는 소식은 그래서 즐겁지 않다. 2014년 통계청 발표 자료에 따르면 한국 여성의 기대수명은 85.5세, 남성은 79세였다. 1970년 기대수명이 여자 65.6세, 남자 58.7세였던 것과 비교하면 기대수명이 각각 19.9년, 20.3년이 늘어났다. 예전에는 꿈같이 느껴지던 100년을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이 머지않아 흔한 일이 될 거다.
삶이 길어질수록 은퇴 전에 준비해야 하는 것들도 자연스레 많아진다. 모두 아는 것처럼 은퇴는 고정소득의 단절을 의미한다. 하지만 한국인의 은퇴 준비는 돈이 묶여 있는 부동산이 아니면 자식에게 기대는 것이 아직은 일반적이다. 은퇴 후에도 30∼40년을 더 살아가는 ‘100세 시대’의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대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은퇴가 얼마 남지 않은 한국인들이 기존과는 다른 은퇴 전략을 갖추는 것은 당연한 과제다.
미국의 푸르덴셜생명에서는 은퇴 전 10년부터 은퇴 후 5년까지의 시기를 이른바 ‘은퇴 레드존(Retirement Red Zone)’이라고 정의한다. 한국으로 따지면 40대 후반부터 60대 중반까지가 해당된다. 은퇴 레드존에 진입한 사람들은 장수 리스크뿐만 아니라 시장변동 리스크, 물가변동 리스크 같은 사회경제학적 리스크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이에 효과적으로 대비하기 위해서는 축적한 자산을 평생 동안 확실한 노후소득으로 바꾸는 전략이 필요하다.
해외 선진국에서 투자 성과에 상관없이 평생 일정 금액의 연금 지급을 보장하는 ‘평생소득 인출보장’ 방식의 변액연금보험이 자리 잡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2005년부터 이 같은 방식의 연금보험 상품이 출시돼 인기를 끌고 있다. 물론 보험사 역시 소비자가 중도 해지를 하지 않는 이상 투자 수익에 관계없이 약정된 확정 수익을 지급해야 하는 만큼 강도 높은 책임감이 뒤따른다. 재무 건전성과 자산운용 역량 및 리스크 관리 능력 등을 고르게 발전시켜야 하는 과제도 생긴다.
글로벌 컨설팅회사인 타워스왓슨의 미국 은퇴자 대상 조사 결과를 보면 은퇴 후 지속적으로 확정 연금을 받는 사람들의 노후 만족도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사회를 앞두고 있는 대한민국의 은퇴설계도 이제 평생 마르지 않는 확실한 노후소득 흐름을 창출하는 전략으로 바뀌어야 한다. 특히 경제활동기에 축적한 자산을 노후에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인 은퇴 레드존에 속한 사람이라면 확정적인 평생 노후소득을 포트폴리오에 편입시켜 보다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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