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의 눈]27년의 신뢰가 낳은 한국형 자기부상열차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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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택 한국기계연구원 원장
임용택 한국기계연구원 원장
지난달 3일 국내 과학기술 개발사에 한 획을 긋는 행사가 인천국제공항에서 열렸다. 바퀴 대신에 자석의 힘을 이용해 공중에 떠서 달리는 도시형 자기부상열차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실용화된 것을 기념하는 행사였다.

자기부상열차는 소음과 진동이 적고 분진이 없어 환경 친화적인 데다 승차감 역시 우수해 미래형 열차로 꼽힌다. 인천국제공항 교통센터에서 출발해 국제업무단지를 지나 용유역에 이르는 6.1km 노선에서 도시철도 역할을 하게 된다. 승차감이 우수해 고품격 이동편의성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지역 발전도 촉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자기부상열차 사업은 우리나라 연구개발(R&D) 사업 중 이례적으로 장기적인 투자와 지원 덕분에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 자기부상열차 연구는 27년 전인 1989년 시작됐다. 당시 국내 철도 시장에는 시속 300km로 운행하는 고속철도(KTX) 노선 건설을 위한 논의가 한창이었고, 도시철도에 대한 관심은 적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연구진은 미래형 도시철도인 자기부상열차의 경제적 가치를 내다보고 장기간의 투자와 노력을 지속했다.

그 과정에서 우여곡절도 많았다. 특히 관계 부처가 여러 차례 바뀌었다. 과학기술부(현 미래창조과학부) 지원 아래 기초연구로 시작해 산업자원부(현 산업통상자원부)를 거쳐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로 사업의 주무 부처가 옮아갔다. 차량 제작사도 현대정공과 대우중공업으로 시작해 코로스(KOROS)를 거쳤고, 지금은 현대로템에서 맡고 있다. 다행히 자기부상열차의 중심 연구기관은 한국기계연구원이 꾸준히 맡았다.

정부가 27년간 자기부상열차 사업에 투자한 비용은 총 5000억 원에 이른다. 이 중 순수 연구개발에 투입된 비용은 약 1500억 원이다. 그 덕분에 자기부상열차 생산에 필요한 모든 부품의 국산화를 97% 이상 달성하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자기부상열차와 같은 장기간 사업의 경우 예산 투자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세계 철도 시장의 규모는 한국의 투자에 비할 바가 아니다. 독일 통계 전문기관인 SCI페어케어(Verkehr)는 세계 철도 시장이 2018년 23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형 도시형 자기부상열차의 세계 두 번째 상용화는 수출 가능성을 고려할 때 투자 금액과 비교할 수 없는 가치를 갖고 있는 셈이다.

정부의 꾸준한 연구개발 투자로 우리나라는 자기부상열차와 관련된 기술력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을 보유하게 됐다. 한 분야에 15년 이상 매진한 연구원들은 세계 최초로 자기부상열차 기술을 집대성한 국제 학술서적을 발표했다. 이런 결실들은 우리나라가 세계 시장에서 자기부상열차를 선점하는 데 밑거름이 될 것이다.

국내 연구개발 활성화를 위해서는 앞으로 더욱 다양한 과학기술 분야에 장기적인 시각을 갖고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얼마 전 한미약품이 4조8000억 원에 이르는 당뇨병 신약 기술을 수출한 배경에는 1986년 미래창조과학부 산하에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이 설립되면서 우직하게 장기간 연구개발 투자를 지원했던 요인이 크다.

현재 한국형 자기부상열차도 해외 수출이라는 새로운 결실을 위해 달리고 있다. 국산 부품으로 만들어진 국산 자기부상열차가 세계 곳곳을 누비며 한국의 기술력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

임용택 한국기계연구원 원장
#자기부상열차#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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