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김창덕]SK㈜의 이유있는 변신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5일 03시 00분


김창덕 산업부 기자
김창덕 산업부 기자
SK㈜는 지난해 8월 그룹 지주회사였던 SK㈜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최대주주인 SK C&C가 합병한 회사다. 지금은 SK㈜ 지주회사 부문과 C&C 부문으로 나뉜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된다.

지주회사 부문은 합병 이전까지 SK그룹 계열사들로부터 받는 배당금과 브랜드 사용료 등이 주요 수입원이었다. 2007년 SK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뒤 SK㈜는 한 해 수천억 원씩 현금을 꼬박꼬박 챙겨 왔다.

합병 후 7개월여가 지나는 동안 SK㈜ 지주회사 부문은 완전히 다른 성격의 회사로 바뀌고 있다. 땅을 관리하면서 일정 비율의 소작료만 챙기던 지주가 직접 농사를 짓기 시작한 것이다.

우선 지난해 11월 반도체 소재 전문회사 OCI머티리얼즈(현 SK머티리얼즈) 지분 49.1%(약 4800억 원)를 인수했다. 지난달에는 자회사인 SK바이오팜(신약 개발업체)이 갖고 있던 SK바이오텍(의약품 위탁생산업체) 지분 100%를 인수했다. SK바이오텍은 SK㈜의 손자회사에서 자회사로 격상됐다. SK바이오팜의 경우 독자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뇌전증 신약(YKP3089)과 글로벌 제약업체에 기술을 수출한 수면장애 신약(SKL-N05) 및 급성발작 신약(PLUMIAZ)이 모두 임상 3상 중이거나 시판을 앞두고 있다. SK㈜ 지주회사 부문은 이 외에도 지난해 11월 카셰어링 사업자 쏘카 지분 20%(590억 원)를 사들여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했다.

조대식 SK㈜ 지주회사 부문 대표이사(사장)는 “지주사도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자체 성장을 이뤄내야 한다는 절박함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SK㈜ 지주회사 부문의 공격적인 행보를 최 회장과 분리해서 보긴 힘들다. 합병 전 지주회사는 SK C&C로부터 지배를 받는 구조였다. 최 회장이 직접 가진 지분은 없었다. 그러나 지주회사와 C&C가 합병하면서 최 회장은 통합법인 SK㈜ 지분 23.4%를 가진 최대주주가 됐다.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더하면 30.9%다.

18일 SK㈜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최 회장이 2년 만에 등기이사로 복귀하는 안건이 상정돼 있다. SK㈜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이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지만 지분이 8%대여서 우호지분이 많은 SK그룹 측 의도대로 될 가능성이 높다. 최 회장이 등기이사에 오르게 되면 지난해 말 불미스러운 일로 다소 움츠러들었던 그의 경영활동에 다시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는 이들도 많다.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 구글은 지난해 8월 지주회사인 알파벳을 설립했다. 이 회사에는 미래 첨단기술을 연구하는 ‘구글X’, 스마트홈과 관련한 ‘네스트’, 바이오 헬스케어 부문인 ‘칼리코’ 등이 포진하고 있다. 미래를 위한 장기투자가 필요한 부문은 지주회사가 직접 이끌어감으로써 동력을 떨어뜨리지 않겠다는 의지다.

최 회장 역시 SK㈜ 지주회사 부문을 ‘SK그룹의 알파벳’으로 여기고 있을 것 같다. ‘경영인 최태원’이 내놓을 SK그룹의 차세대 성장동력이 무엇일지 재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김창덕 산업부 기자 drake007@donga.com
#sk#최태원#oci머티리얼즈#sk머티리얼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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