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사업을 하는 박모 씨(39)는 지난달 2년 넘게 투자했던 펀드를 환매해 여유자금이 생겼지만 마땅한 투자처가 없어 고민했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시중은행의 예적금 금리는 너무 낮고, 간간이 해오던 주식 투자 역시 최근 국내외 시장의 변동성이 너무 커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 새로운 투자처를 찾아 고민하던 박 씨는 얼마 전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한 제조업체에 투자했다.
박 씨는 “처음 해보는 투자라 일단 남아있는 자금 가운데 200만 원만 투자했다”면서 “주식을 살 때처럼 직접 기업 분석을 해볼 수 있고, 잘될 경우 높은 투자 수익을 꿈꿀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요즘 같은 ‘투자 암흑기’에도 틈새시장은 있기 마련이다. 최근 금융권에 ‘핀테크 열풍’이 불면서 핀테크를 활용한 플랫폼 업체들이 ‘투자 얼리 어답터’(새 제품을 남들보다 먼저 경험하려는 고객)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12개 기업에 16억 원 유치 성공
1월 25일부터 시행된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은 창업가 등 자금이 필요한 사람이 인터넷 기반의 중개업자를 통해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조달(Funding)받는 방식이다. 투자자들은 인터넷 중개사이트를 통해 원하는 기업에 투자하고 지분이나 배당 등으로 보상을 받게 된다. 업계에 따르면 14일 현재 5개 중개업체 사이트를 통해 총 37개 기업이 펀딩에 참여한 가운데 12개 기업이 목표 금액을 달성했다. 이들 기업이 유치한 금액은 16억 원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제도 시행 한 달여 만에 성공 기업이 여러 개 나타난 것은 그만큼 투자 수요가 있다는 의미”라며 “제도 정착을 위해 우수 기업들이 많이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이들에게 다양한 성장의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펀딩에 참여한 투자자들은 총 1287명. 이 가운데 자신이 투자한 기업이 펀딩에 성공해 실제 투자로 이어진 투자자가 669명으로 전체의 절반을 넘었다. 1인당 평균 투자금액은 약 240만 원이다. 현재 일반 투자자 1명이 한 회사에 투자할 수 있는 금액은 연간 200만 원, 크라우드펀딩 투자 총액은 500만 원으로 제한돼 있다. 다만 소득요건을 갖춘 투자자(금융소득과세대상자)는 연간 2000만 원까지 투자가 가능하며, 금융기관 등 전문 투자자들에 대해서는 별도로 한도를 두지 않고 있다.
시행 초기지만 개인 투자자 비율이 높은 상황이다. 온라인 중개사이트인 와디즈의 최동철 이사는 “와디즈를 통해 들어온 모금액의 70%가 개인 투자자로부터 이뤄졌고 이 중에는 주식 투자를 안 해본 고객들도 많았다”고 말했다.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을 통한 투자는 비상장주식을 거래할 때와 마찬가지로 일반 주식에 비해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지만, 투자 위험도 높다.
최 이사는 “궁극적으로는 기업공개(IPO)나 인수합병(M&A)을 통해 수익을 거둬들여야 하기 때문에 투자 전에 해당 기업이 이익 환수 전략을 어떻게 세워놨는지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P2P 대출 시장도 급성장
크라우드펀딩의 다른 종류인 개인간거래(P2P) 대출 역시 최근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P2P 대출은 개인이 은행이나 사금융을 통하지 않고 P2P 플랫폼을 통해 다수의 개인 투자자들로부터 필요한 자금을 대출받는 방식이다.
2014년 말 기준 6개에 불과하던 업체 수가 현재 50여 개까지 늘어나면서 영업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다. ‘렌딧’은 88개의 대출 채권은 묶은 8호 상품을 내놨다. 모집금액은 총 13억8000만 원이며 1인당 50만 원부터 4000만 원까지 투자 가능하다. 개별 대출에서 부도나 연체가 생기더라도 전체 투자 수익률이 떨어지거나 원금이 전부 손실되는 위험을 줄였다.
이 밖에도 건축 자금 대출을 전문으로 하는 ‘테라펀딩’은 기존 토지나 완성될 건물을 담보로 한다. 2014년 설립 이후 진행한 29건의 대출 가운데 12건(30억5000만 원)이 상환을 마쳤고 평균 수익률은 13.29%를 기록했다.
다만 P2P 대출은 아직 근거 법이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다. 따라서 이자소득세율(15.4%)이 아닌 비영업대금 소득세율(27.5%)이 적용된다. 또 예금자보호법도 적용되지 않아 투자금을 고스란히 잃을 수 있다는 점을 알고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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