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떤 사람을 리더로 뽑을까. ‘해당 분야의 전문성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이와 달랐다. 전문성이 떨어지더라도 자신감을 풍기거나 권위적으로 보이는 사람을 리더로 선택하는 경우도 많았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코리아(HBR KOREA) 3월호에 따르면 뮤랫 터랙시 에라스뮈스대 경영대(로테르담경영대) 교수 등은 한 실험을 진행했다. 고립된 사막에서 학생 294명을 무작위 팀으로 나누고, 그들에게 살아남도록 주문했다. 우선 각 팀의 구성원들에게 칼, 응급 처치 키트, 지도 등을 포함한 12가지 물품에 대해 순위를 정하도록 했다. 10분 뒤 그룹 차원에서 선정한 목록들이 야생 전문가가 선정한 목록과 얼마나 일치하는지 피드백을 해주고 다시 리더를 뽑도록 했다.
성적은 능력이 뛰어난 리더가 속해 있는 팀, 리더가 없는 팀, 전문성이 없는 리더가 이끈 팀 순으로 높았다. 이 결과는 놀라운 일이 아니다. 놀라운 점은 각자의 예비목록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 새로운 리더를 선택할 때다. 그룹 가운데 55%만이 능력이 가장 뛰어난 사람을 선택했다. 나머지는 팀 동료들에 비해 키나 목소리가 크거나 자신감을 풍기는 사람을 리더로 선택했다. 연구진은 “리더를 선택할 때 전문성을 무시하는 경향이 걱정스러울 정도”라고 말했다.
코넬대 데이비드 더닝 교수와 저스틴 크루거 교수가 내놓은 결과도 비슷하다.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가장 유능한 학생들은 자신들의 전문성을 과소평가한 반면 논리적 추론과 문법 등 각종 시험에서 무능한 것으로 나타난 학생들은 자신들의 전문성을 과대평가했다.
여기서 우리는 냉철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스스로 전문가로 자부하며 가장 자신감을 풍기는 사람이 사실은 전문성을 가장 의심해 봐야 하는 사람일 수 있다는 점이다.
터랙시 교수와 함께 연구한 린드리드 그리어 스탠퍼드대 교수는 “설득력이나 권위적인 모습에 현혹되면 안 된다. 그런 면모들도 일부는 유용할 수 있지만 그보다는 능력이 먼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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