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가 진척되면서 국내가 아닌 해외, 특히 저임금 국가에 제조 기반을 만들어 두고 부품이나 완제품을 외주 조달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선진국에 본사를 둔 기업은 이 같은 ‘글로벌 아웃소싱’ 전략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겠지만 문제는 개발도상국의 저임금 노동자들이다. 이들은 열악한 근로조건으로 인해 노동력 착취는 물론이고 각종 위험에 노출되기 쉽다. 제대로 된 보호 장비도 지급받지 못해 제조 현장에서 산업 재해가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기업은 물론 정부조차 이런 사고를 감독할 능력과 의지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글로벌 아웃소싱 전략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의류 업체들은 개도국 외주업체에 특화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프로그램을 도입해 가동하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러한 프로그램은 그다지 큰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CSR 프로그램이 시장논리와 너무 동떨어져 운영돼 왔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영국 옥스퍼드대 그레그 디스텔호스트 교수 연구팀은 최근 연구를 통해 린(lean) 생산 방식처럼 시장논리에 부합하는 경영전략이 CSR 프로그램의 효과도 높일 수 있음을 입증해 주목을 받고 있다. 린 방식이란, 불필요한 손실을 줄이고 효율성을 높여 납기 단축, 품질 향상, 비용 절감 등을 도모하는 생산 합리화 프로그램이다.
연구팀이 분석한 업체는 2000년대 초반, 린 생산방식을 도입해 하도급 업체를 대상으로 교육과 훈련을 시행하고 있는 글로벌 스포츠용품 업체 나이키다. 2009년부터 2013년 사이에 11개국 300여 개 공장을 대상으로 나이키가 제시한 ‘공급업체 행위규범’ 준수 여부에 관한 감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연구팀은 린 방식이 노동부문의 행위규범 위반 사례를 줄이는 효과가 있음을 밝혀냈다. 린 생산방식 자체가 유연성 발휘를 필요로 하는 만큼 노동자들의 자발적 참여가 늘어났고, 올바른 행위규범이 무엇이고 그것이 제대로 지켜지는지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기 때문이었다. 이 연구 결과는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사회적 책임 프로그램을 억지로 만들어 실행하는 것보다, ‘친시장적 방법’으로 효율을 높이면서 함께 사회적 책임을 추구하는 것이 오히려 더 큰 효과가 있다는 교훈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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