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단 주택연금…주거용 오피스텔도 허용 추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4일 03시 00분


“아버지가 평생 이루신 재산이니 굳이 저희한테 물려주실 생각 마시고 편하게 결정하세요.”

맹광재 씨(73)는 자식의 이 한마디가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맹 씨는 공무원 생활 30년 동안 모은 뭉칫돈 3억 원가량을 콘도 개발 사업에 투자했다가 돈도 잃고 은행 빚 1억 원까지 짊어진 처지였다. 다달이 나가는 이자도 부담스러웠지만 ‘언제 저 빚을 다 갚나’ 하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러나 맹 씨는 2014년 말 시가 2억7000만 원 상당의 아파트를 담보로 주택연금에 가입하며 7500만 원을 한꺼번에 인출해 남아있던 대출금을 갚았다. 그는 “빚을 해결하니 자식 눈치도 안 보이고 매달 50만 원씩 현금도 손에 쥘 수 있다”며 “손주가 놀러오면 용돈도 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자녀에게 집을 물려주는 대신 집을 담보로 다달이 생활비를 타 쓰려는 노년층이 늘어나면서 주택연금 가입자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주택연금 일평균 가입 건수는 설 연휴 전 5영업일(2월 1∼5일)은 38.8건이었지만 설 연휴 뒤 5영업일(2월 11∼17일)은 53건으로 36.6%나 뛰었다. 주택금융공사 오혜숙 팀장은 “연휴 때 자식들이 먼저 상품을 추천했다는 가입자가 적지 않았다”라며 “1월 정부가 ‘내 집 연금 3종 세트’ 계획을 발표한 데 따른 홍보 효과까지 겹쳐 설 연휴 이후 가입자가 몰리고 있다”고 귀띔했다. 주택연금 가입자는 2월 말 현재 3만628명으로 불어났다.

주택연금은 주택을 담보로 맡기고 평생 혹은 일정 기간 매월 노후생활 자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국가 보증 역모기지론 상품이다. 주거 공간을 지키면서 생활비를 조달할 수 있다는 큰 장점에도 불구하고 그동안은 ‘집 하나는 물려줘야 한다’는 인식 때문에 가입을 망설이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고령화 시대를 맞아 노인들이 자식보다 자신의 노후를 먼저 걱정하기 시작하면서 흐름이 바뀌었다. 주택금융연구원이 60∼84세를 대상으로 실시한 ‘주택연금 수요 실태 조사’에 따르면 보유하고 있는 주택을 상속하지 않겠다는 응답이 2008년 12.7%에서 지난해 24.3%로 크게 늘었다.

최근의 집값 흐름도 가입자 증가에 한몫하고 있다. 주택연금은 주택의 현재 가격을 기준으로 연금액이 정해진다. 지금까지 주택 가격이 혹시나 오를까 하는 기대 때문에 가입을 주저하던 사람들도 집값 상승 전망이 약해지자 가입을 서두르고 있다.

정부도 주택연금 가입 대상을 확대하는 등 제도 개선에 나섰다. 주택금융공사법이 개정돼 28일부터 주택 보유자가 아니더라도 부부 중 한 사람만 60세 이상이면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다. 4월 25일에는 ‘내 집 연금 3종 세트’가 출시된다. 목돈으로 당겨 받을 수 있는 일시금 한도가 현행 연금 지급 총액의 50%에서 70%로 대폭 늘어나 앞으로는 빚이 많은 노년층의 주택연금 가입을 통한 대출 상환이 용이해진다. 저소득층에게는 연금액을 20%가량 더 얹어 주는 상품도 등장한다.

금융 당국은 23일 현장 간담회에서 현재 ‘주택 가격 9억 원 이하’로 돼 있는 주택연금 가입 기준을 완화하고 주거용 오피스텔을 가입 대상에 포함시키는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주택연금은 고령층의 부채 감축, 노후 대비, 주거 안정이라는 1석 3조 효과가 있어 100세 시대 준비에 꼭 필요한 금융 상품”이라고 강조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주택연금#오피스텔#노후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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