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왔다. 곧 일선 학교에선 봄 소풍을 갈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입시 공부에 지친 학생들은 엄숙한 미술관이나 박물관보다는 신나는 놀이공원이나 운동경기장, 영화관을 더 좋아한다. 하지만 학생들이 예술작품을 관람할 기회를 잃어도 괜찮은 걸까?
미국 아칸소대 연구진이 2011년 아칸소 주에 있는 크리스털브리지스미술관에서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한 학기 동안 미술관의 1시간짜리 견학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약 1만 명의 학생과, 다음 학기에 오기로 예정돼 있는 1만 명의 학생을 놓고 동일한 설문을 했다. 설문에는 세 가지 문항이 있었다. 첫째 질문은 낯선 그림을 보고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묻는 분석력 테스트였다. 둘째 질문은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을 테스트했다. 예를 들어 그림의 배경이 된 시대에 사는 사람들에 대해 얼마나 더 공감하는지를 물었다. 마지막 질문은 타인의 의견에 대해 얼마나 관용적인지를 테스트했다.
테스트 결과 미술관 견학을 다녀온 학생들이 아직 다녀오지 않은 학생들에 비해 평균적으로 분석적 능력, 공감 능력, 관용성의 세 가지 척도에서 모두 우수했다. 단 1시간 정도 미술관에 머무르는 것만으로도 학생들의 지성과 감성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특히 이런 미술관 견학의 긍정적 효과는 농촌지역에 거주하는 학생이나 저소득층 학생에게 훨씬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들은 평소 예술작품을 접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었기 때문이다.
물론 일상적인 학교 수업 환경에서도 책이나 영상물 등을 통해 예술에 관한 교육을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실제로 작품이 전시된 장소에 견학을 가면 예술을 받아들이는 학생들의 마음 자세가 달라진다. 우리가 미술관과 박물관을 만들 때 건축과 분위기 조성에 막대한 투자를 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미술관 견학이 수학 같은 다른 과목 학습에도 도움이 될까? 이 질문에 연구자 중 한 사람은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수학을 많이 하면 예술을 잘하는지 물어보는 사람은 없는데, 왜 예술에 많이 노출되면 수학을 잘하게 되는지만 궁금한가요? 예술은 그 자체로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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