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의 인사혁신 실험…스타트업 삼성 컬처혁신 선포식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4일 14시 10분


삼성전자가 직급 및 보고 체계 단순화, 야근 및 주말 특근 최소화 등을 통해 미국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처럼 효율적인 기업으로 변신하겠다는 조직문화 개편 방안을 내놓았다.

삼성전자는 24일 수원 디지털시티 R4 연구소에서 사장단과 임직원 등 6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스타트업 삼성 컬쳐 혁신’ 선포식‘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스타트업 삼성‘이라는 새 슬로건도 발표했다. 스타트업 같이 빠르게 실행하고 소통을 원할히 하는 문화를 지향하면서 지속적으로 혁신하자는 의미다.

재계에서는 1993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신경영 선언‘을 발표한 후 ’7·4제‘(오전 7시 출근, 오후 4시 퇴근)를 시행하는 등 기업문화 개선에 공들였듯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그동안 거듭 강조해 온 ’글로벌‘이란 키워드에 맞춰 인사혁신 실험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전 계열사 전 직원에 예외 없이 적용됐던 23년 전과 달리 이번에는 삼성전자 중에서도 세트 부문에 대해서 우선 적용한다. 매출 규모가 큰 부품(DS) 부문에까지 일괄적으로 이번 혁신을 적용하긴 어려울 것 같다는 판단에서다.

변화에 접근하는 방식도 ’탑다운‘ 방식에서 ’다운탑‘ 방식으로 바뀌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7월 사내(社內) 집단지성 플랫폼인 ’모자이크‘에서 ’글로벌 인사제도 혁신‘ 을 주제로 온라인 토론회를 열었다. 2만6000여 명의 임직원이 참여해 1200여 건의 제안과 댓글을 쏟아냈다. 그 결과물들이 이번 발표에 담겼다.

삼성전자가 내세운 중장기 과제는 △수평적 조직문화 구축 △업무생산성 제고 △자발적 몰입 강화다. 이를 시행하기 위해 6월 중 직급 단순화와 수평적 호칭, 선발형 승격, 성과형 보상 등의 청사진을 확정지은 ’글로벌 인사혁신 로드맵‘을 확정해 발표하기로 했다.

로드맵이 시행되면 이르면 하반기(7~12월)부터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으로 이어지는 5단계 직급 체계가 사라진다. 승진을 앞둔 고참 선배에게 고과를 몰아주는 관행도 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인사팀에서 각 부서에 거듭 요구해왔지만 제대로 시행되지 않았던 것을 기업문화 혁신 캠페인을 통해 대대적으로 바꾼다는 목표다. 성과인센티브 등 보상 시스템도 개편한다.

권위주의 문화를 없애기 위해 모든 삼성전자 임원들은 ’권위주의 문화 타파‘를 담은 선언문에 직접 서명할 예정이다. 삼성이 최근 몇 년 동안 벌여온 음주문화 개선을 위한 ’119(회식을 1차에서 1가지 술로 오후 9시 이전에 끝내자는 캠페인)‘와 ’폭언금지‘ 캠페인 등의 연장선상으로 해석된다.

’회의와 보고만 없어도 일을 더 잘할 수 있다‘는 불만에 따라 비효율적인 회의 및 보고 문화도 개선한다. 삼성전자는 회의 유형을 조사해 불필요한 회의의 절반을 통합하거나 축소한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대면 보고보다는 e메일 보고로 간소화하고 사원이 대리에게, 대리가 과장에게 보고하는 릴레이 보고 대신 팀원이 팀장에게 직접 보고할 수 있게 된다.

상사 눈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하는 야근과 특근도 줄이기로 했다. 휴가는 사전에 일정을 계획해 보다 업무에 몰입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재계에서는 혁신안이 “신선하지는 않고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동안 삼성전자를 비롯한 많은 국내 기업들이 말로만 외쳐왔던 내용이란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관계자는 “결국 이를 어떻게 현실에 성공적으로 접목시키느냐가 관건”이라며 “삼성전자의 실험 성공여부에 따라 국내 대기업 문화 전반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지현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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