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성장해도 가계소득은 별로 늘지 않는 현상이 한국에서 유독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적했다. 최근 ‘2016년 경제정책 개혁’ 중간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소득 비율은 1995년 69.6%에서 2014년 64.3%로 5.3%포인트 떨어졌다. OECD 국가 중 30개국 가운데 오스트리아에 이어 2번째로 빠른 하락세다. 정부, 기업, 가계 부문에서 창출한 부가가치의 합인 GDP 가운데 가계소득 비율이 급감한 것은 국가 전체의 부를 기업과 정부가 주로 나눠 가졌다는 의미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허리띠를 졸라맨 한국의 가장들로선 박탈감이 크다.
성장의 과실이 고루 분배되지 않고 일부에 쏠리는 양극화가 세계적인 현상이라고는 하나 한국만큼 가계소득 비중이 줄어든 나라는 드물다. 지난 20년간 미국(79.5%→82.6%)은 물론 일본(74.8%→77.9%) 스웨덴(68.2%→71.1%) 심지어 스페인(75.8%→76.1%)까지 가계소득의 비중이 늘었다. 그렇지 않아도 가계 빚이 1200조 원을 넘었는데 고용 없는 성장, 임금 인상 없는 성장이 계속되면 가계의 소비가 줄면서 성장 여력도 감퇴할 수밖에 없다.
2014년 7월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는 기업이 투자와 배당, 임금 인상에 나서게 하겠다며 기업소득 환류세제, 배당소득 증대세제, 근로소득 증대세제 등 가계소득 3대 패키지 정책을 내놨다. 임금이 오르지 않고 비정규직은 늘면서 가계소득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체증은 제대로 짚어냈으나 환자의 소화기능을 살릴 처방이 빠져 효과는 크지 않았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기업들의 연구개발(R&D) 투자 증가율은 1998년 이후 17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드러났다. 고배당이 외국인투자가들에게 돌아가 국부가 외국으로 빠져나가는 부작용도 나타났다. 지난해 대기업 임금은 3.9% 오른 반면 중소기업 임금은 3.4% 오르는 데 그쳐 대·중소기업 간 월급 격차는 역대 최고인 191만 원으로 벌어졌다.
대기업이 성장하면 중소기업과 가계에까지 혜택이 돌아간다는 낙수효과에 근거한 두루뭉술한 지원정책은 재검토할 때가 됐다. 투자를 가로막는 핵심 규제를 풀어 기업이 질 좋은 고용을 늘리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개혁의 근간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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