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사들이 주주총회를 통해 최고경영자(CEO) 선임 등 경영진 재편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한 해 ‘농사’를 시작했다. 핀테크 열풍과 계좌이동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도입 등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전문성을 갖춘 실전형 CEO를 전진 배치하고, 수년간 성과가 검증된 베테랑 CEO를 유임시킨 것이 이번 금융권 인사의 특징이다. ○ 임기 마친 CEO 27명 중 14명 교체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 KB, 하나, NH농협 등 4개 금융지주와 우리은행 계열사 중 이번에 임기를 마친 CEO 27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14명이 회사를 떠났다. 대내외적 경제 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위기를 타개할 새로운 리더십을 갖춘 CEO를 앉힌 것으로 풀이된다.
신한금융지주는 계열사인 신한생명, 신한캐피탈, 신한데이타시스템, 신한아이타스에 새 CEO를 앉혔다. 신한금융지주 관계자는 “지속 가능한 성장과 차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업종의 전문성과 경영능력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병찬 신한생명 신임 사장은 34년간 삼성생명, 신한생명, BNP파리바카디프손해보험 등에 재직한 보험 전문가다. 설영오 신한캐피탈 신임 사장은 여신 심사, 리스크 관리 등에 폭넓은 경험과 전문성을 갖고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임기 중 전문성을 입증한 강대석 신한금융투자 사장, 이동대 제주은행 은행장, 이원호 신한신용정보 사장 등 3명은 연임에 성공했다.
하나금융지주는 7명의 CEO 중 하나카드, 하나생명, 하나저축은행, 하나에프앤아이, 하나금융투자 등 5곳의 CEO를 바꿨다. 특히 신한금융투자에서만 24년 일한 정통 ‘신한맨’인 이진국 전 신한금융투자 부사장을 하나금융투자 신임 사장에 영입해 ‘전문성을 갖춘 인사라면 출신을 가리지 않고 기용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한금융지주의 이번 경영진 인사는 임기가 2017년 3월까지인 한동우 회장의 후임을 뽑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하나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는 각각 김정태 회장과 윤종규 회장 체제 굳히기 성격에 가깝다”고 말했다.
NH농협은 올해 1월 은행과 손해보험의 사장을 새롭게 바꿨다. 새로 취임한 이경섭 행장과 이윤배 사장 모두 30년 넘게 농협에 몸담았다. 이 행장은 대표적인 ‘금융기획통’으로 2012년 NH농협금융지주 출범 당시부터 지주에서 일하며 우리투자증권 인수를 진두지휘한 검증된 CEO다. 이 사장은 농협 내에서도 손꼽히는 보험·리스크 관리 분야의 전문가다.
○ 증권업계는 장수 CEO 전성시대
CEO를 비롯한 임직원들의 재직 기간이 짧은 증권업계에서는 높은 성과를 바탕으로 연임에 성공한 CEO들이 눈길을 끌었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24일 진행된 한국금융지주 주주총회에서 9번째 연임을 확정하며 기존에 갖고 있던 ‘증권업계 최장수 CEO’ 타이틀 기록을 늘려 나가게 됐다. 2007년 3월 취임 당시 최연소 증권사 CEO로 주목받았던 유 사장은 9년간 한국투자증권을 안정적으로 성장시켰고, 지난해 실적(영업이익 3633억 원 등)과 인터넷 전문은행 참여 등의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2008년 6월부터 교보증권을 이끌며 유 사장에 이어 2번째 장수 증권사 CEO 기록을 갖고 있는 김해준 교보증권 사장도 연임에 성공했다. 김 사장 체제에서 교보증권은 지난해 창사 이후 최대인 973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등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6년째 메리츠종금증권을 이끌고 있는 최희문 메리츠종금증권 사장, 5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강대석 신한금융투자 사장도 지난해 탄탄한 실적을 내 연임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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