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하고디젤 매력 줄고… 독일차 독주 ‘스톱’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8일 03시 00분


국내 1, 2월 판매 급감… 랜드로버-볼보는 인기 상승

#1.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차모 씨(41)는 메르세데스벤츠 ‘E63 AMG’를 타다가 지난해 마세라티 ‘그란 투리스모’로 바꿨다. BMW 7시리즈와 아우디 ‘RS7’ 등 독일차를 주로 탔던 그는 “최근 독일차가 흔해졌고, 더 감성적이라는 이탈리아 차를 경험해 보고 싶었다”며 “이탈리아 차를 타면 ‘개성이 강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준다”고 말했다.

#2. 직장인 박모 씨(34)는 BMW ‘320d’를 타다 지난해 현대차 ‘그랜저 하이브리드’로 바꿨다. 시간이 지날수록 디젤차의 소음과 진동이 심해진 점과 느리고 불편한 애프터서비스가 불만이었다. 박 씨는 “엔진오일을 갈려고 해도 1, 2주 전에 예약을 해야 할 정도로 불편해 차 크기를 키워 가솔린 국산차로 넘어왔다”고 말했다.

최근 ‘독일차 전성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내 수입차 시장은 외환위기 전까지는 미국차, 2010년 전후까지 일본차와 독일차가 함께 끌어오다 최근 5년간 독일차가 초강세 현상을 보였다. 그러나 올해 1, 2월 BMW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1.4%, 아우디는 51.9%, 폴크스바겐은 34.8% 감소했다. 반면 랜드로버는 64.4%, 포드는 12.9%, 볼보는 16.7% 증가했다. 독일차 월별 판매량이 전년 대비 줄어드는 움직임이 지난해부터 감지되면서 수입차 시장에 ‘춘추전국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독일차 상승세에 제동이 걸린 것으로 해석하는 가장 큰 이유는 ‘독일 디젤 신화’가 깨진 데 있다. 2010년 전후로 고유가 행진과 도요타 대량 리콜 사태가 겹치며 디젤차와 독일차가 수입차 시장의 주류로 떠올랐다. 그러나 최근 저유가로 디젤차의 경제성이 떨어진 데다, 폴크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파문으로 디젤차가 그다지 친환경적이지 않다는 인식이 퍼졌다. 한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폴크스바겐 사태 이전에는 사람들이 디젤차가 가솔린차보다 이산화탄소를 덜 배출한다고 인식했지만, 사태 이후엔 디젤차가 질소산화물과 미세먼지를 더 많이 뿜어낸다고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시장이 고급화된 영향도 크다. 독일차가 흔해지자 차별화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재규어, 마세라티, 레인지로버 등 희소성 있는 모델로 갈아타고 있다. 튜닝 전문회사인 아승오토모티브 윤동주 이사는 “예전에는 독일차 손님 비중이 90%였지만 최근 75% 정도까지 내려갔다”며 “이에 따라 재규어, 랜드로버 튜닝 브랜드 ‘스타텍’과 페라리, 마세라티 튜닝 브랜드 ‘노비텍’의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감안해 볼보나 포드를 선택하기도 한다. BMW ‘740Li’를 타다 포드 ‘익스플로러’로 차를 바꾼 남모 씨(47)는 “익스플로러가 가격은 3분의 1 수준인데 편의장치는 거의 다 갖고 있고 정숙성도 좋다”고 말했다. 볼보자동차코리아가 올해 1, 2월 고객 755명 중 400명을 대상으로 직전에 보유한 차량을 조사한 결과 47.4%가 국산차를 보유했지만, 독일차를 탔던 고객 비중도 23.1%나 됐다. 특히 현대차(27.25%), 기아차(10.75%) 다음으로 아우디(8.75%)와 BMW(7.75%) 비중이 높았다.

값비싼 수입차 보험료와 높은 할부 금리 때문에 ‘탈(脫)독일차’를 택하는 사람들도 많다. 직장인 이모 씨(30)는 폴크스바겐 ‘골프’를 타다 경미한 접촉사고를 두 차례 냈다. 이후 보험료가 120만 원에서 300만 원 이상으로 뛰자 ‘아반떼’로 차를 바꿨다.

BMW코리아,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폭스바겐코리아는 자사 파이낸셜서비스 회사를 세우고 평균 7∼8%대의 고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반면 한국토요타자동차의 자사 금융회사인 토요타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의 평균 할부 금리는 3%대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젊은층 중에 외제차를 타보고 싶어서 무턱대고 할부나 리스로 차를 샀다가 한 달에 100만 원이 훨씬 넘는 리스비를 감당하지 못해 수입차 시장을 떠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독일 브랜드들이 최대 17%의 가격 할인 공세를 퍼부으며 만회를 노리고 있지만, 비독일 브랜드 역시 마케팅을 강화하고 신차를 쏟아내고 있어 ‘지각 변동’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많다. 한편 일부 수입차 업체들의 할인 공세에 대해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는 “대대적인 가격 할인은 소비자를 유인하기도 하지만, 이 때문에 중고차 가격이 떨어진다거나 소비자들끼리 서로 사는 가격이 달라 불신하게 되는 부작용이 발생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독일차#디젤#랜드로버.볼보#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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